우주영웅과 구직활동, 살인병기와 코알라, 필사의 대결과 BGM, 기억조작과 녹차밭…. 이들의 공통점은? 눈을 열개쯤 뜨고 보아도 서로의 공통점이라곤 찾아낼 수 없다는 사실이 공통점이겠지. 그렇지만 SF판타지만화의 한 외곽에는 이러한 모든 것이 공존할 수 있는 세계가 있다. 우주경찰이 일급범죄자를 쫓아다니고 지옥 너머의 괴수가 소환되는 긴박한 상황이지만, 그 열혈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것은 구차한 일상의 냄새들이다. <니아 언더 세븐> <아시아라이 저택의 주민들>의 우주물질 나노 청국장이 그리운 분들이라면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경제 불황 속에 취업 전선에 나섰다가 낙오된 20살 청년 스즈오는 길거리에서 만난 소녀 우주인으로부터 변신 벨트의 모니터 요원이 되기를 요청받는다. 단지 장난감이라고만 생각한 벨트. 그러나 사실 그것은 은하연방 경찰의 신형 장비 후보인 ‘특수 범용 파워드 슈트 돗코이다’로, 이 옷을 입고 헬멧의 BGM만 들으면 아무리 평범한 사람도 정의에 불타오르는 열혈 히어로가 된다. 얼떨결에 슈퍼히어로 장비의 모니터 요원이 된 스즈오는 수도료, 전기료, 식비가 모두 경비로 지급된다는 말을 듣고 ‘코스모스장’이라는 연립주택에서 살아가게 되는데, 사실 이곳은 은하 경찰의 수상한 작전에 의해 히어로 후보와 일급 범죄자들이 서로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곳. 어쩐지 SF를 빙자한 코스플레 연애 게임 같은 분위기의 이 숙소에서 예측불허 판단무용의 리얼리티 게임이 시작된다.
전작인 <엘프 사냥꾼>에서 판타지 세계의 각종 요소들을 뒤섞어 왁자지껄한 개그 잔치를 벌였던 야가미 유는, 이번에는 무대를 SF로 옮겨 그 솜씨 그대로 새로운 소동을 만들어낸다. 주인공들은 모두 진지한 열정, 혹은 굉장한 악의에 가득 차 있지만 전지적 독자 시점, 혹은 우주경찰의 모니터 화면으로 바라보는 사건들은 황당함의 극한으로 흐른다. 그 기초에는 저렇게 굉장한 외모의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한 공간에서 민간인 행세를 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기분 탓이겠지, 그냥 닮은 사람인가보지, 데자뷰인가… 핑곗거리도 많은 착각쟁이들이다. 1권이 끝나기도 전에 이 작전을 실행한 주최 쪽에서 그 의미를 상실해버린 것은 당연한 이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