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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주연 피어스 브로스넌, 조연 BMW?

BMW, 폴크스바겐, 포드 등 자동차 업계는 치열한 PPL 마케팅 전쟁 중

<007 골든 아이>

영화나 드라마의 소품으로 제품을 선보여 관객에게 그 이미지를 ‘삼빡’하게 전달하고, 자사에 대한 인지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광고 효과 때문에 모든 업종에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견되는 마케팅 전략이다. 그중에서도 PPL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아마도 자동차 업계일 듯하다. 이후 일요일 저녁마다 미국인 2700만명을 TV 앞에 불러앉히는 <ABC>의 속 주인공들은 제너럴모터스사의 ‘뷰익 라크로스’만 타고 미장원에 가며, 컬트 시리즈 에는 한결같이 다임러-크라이슬러사의 리무진 300이 등장한다. 의 윌 스미드가 몰고 다니는 미래형 자동차는 독일 아우디사 제품이다.

자동차 PPL 마케팅의 효과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영화는 10년 전 선보인 007 시리즈 <007 골든 아이>. 당시 독일 자동차 BMW는 치밀하고도 치열한 홍보와 설득 작전으로 세계 최고의 스파이 제임스 본드를 자사 최신모델인 ‘로드스터 Z3’ 운전대 앞에 앉힐 수 있었다. PPL 단 한방으로 BMW의 ‘로드스터’ 판매량은 수직상승했지만, “국민영웅 제임스 본드가 독일 차를 몰다니…”로 시작된 영국인들의 분노는 가라앉을 줄 몰랐다. 그때까지 007의 자동차를 전담해온 경쟁사 포드의 자존심 또한 완전히 구겨졌다. 포드사가 수천만달러에 이르는 돈까지 지불하며 007 제작진을 설득, 제임스 본드를 다시금 ‘애스턴 마틴’ 운전석에 앉히기까지는 절치부심의 8년이 소요되었다.

세계 자동차 업계 2위인 포드사는 1월 초 할리우드에 연락사무소를 개소했다. 마케팅 전문가 5명이 할리우드 영화사들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의 PPL 판매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다. 소장은 전설적인 창업주 헨리 포드의 증손자뻘이라는 알 유치엘리로, 포드의 최고급 승용차뿐만 아니라 볼보나 머큐리 같은 중형차들까지 영화에 ‘출연’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포드는 다시 한번 독일 자동차회사에 뒤통수를 맞았으니, 독일 국민차인 ‘풍뎅이차’로 유명한 폴크스바겐사가 1월 중순 NBC 유니버설과 2억달러에 이르는 PPL 계약을 체결해버린 것이다. 이는 폴크스바겐의 연간 대미광고예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로, 이 회사가 PPL 광고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 게다가 지금까지 기업들은 제작진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이 상례였으나 폴크스바겐은 한 영화사와 포괄적인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앞으로 NBC 유니버설이 만드는 영화와 <NBC> 드라마에 뉴비틀, 골프 등 폴크스바겐 자동차가 자주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유명 테마공원인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NBC> 계열 케이블 방송인 <브라보> <Sci Fi> 등에도 폴크스바겐 제품과 브랜드가 동원된다.

폴크스바겐은 이번 계약 체결로 무엇보다도 신세대 고객층을 공략하고 자매사인 아우디의 제품 판매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NBC 유니버설간의 포괄적 PPL 계약으로 재차 상처받은 포드는 현재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와 유사한 계약체결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