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의 어두운 그늘이자 고질적 관행인 임금체불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조수급 스탭들이 일어섰다. 지난해 말 연출, 촬영, 조명분야의 조수급 스탭들로 구성된 한국영화조수연대회의는 서울중앙지법에 스탭들의 임금을 체불한 두 영화사를 상대로 채권 가압류 신청을 냈다.
두 영화사 중 한곳은 2002년부터 시작한 한 영화의 제작을 중도에 중단한 이후 현재까지 조수급은 물론이고 기사급 스탭에게도 잔금 3억4천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S회사. 이곳은 법인파산을 한 뒤 외화 수입사로 바꿔 현재도 활동하고 있고 최근 개봉한 한 영화가 전국에서 5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조수연대가 가압류 신청을 제기한 채권은 바로 이 영화의 극장 부금이다. “체불임금에 대해 형사소송을 거는 것도 이슈를 제기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못 받은 급여를 실제로 받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이므로 채권 가압류 신청을 하게 됐다”고 최진욱 조수연대 사무국장은 말한다. 가압류 신청 대상인 또 한곳은 지난해 개봉한 한 영화의 흥행성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일부 스탭에게 잔금 2억여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T회사다. 최진욱 사무국장은 “이 영화의 경우 흥행성적이 안 좋아 극장 부금이 체불임금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체불임금 문제를 확실히 짚는다는 의미에서 가압류 신청을 내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수연대의 이상필 조감독은 “애초 이들 영화사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도저히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진욱 사무국장도 “형사소송을 걸어놓고 시간이 지나다보면 영화의 수익을 딴 쪽으로 돌릴 것이 분명하므로 극장 부금이 영화사로 회수되는 시점에 맞춰 극장 부금에 대해 채권 가압류 신청을 냈다”고 말했다. 어차피 영화사들의 자본 구조가 취약해 법인 자체를 상대로 가압류 신청을 내는 것이 무의미한 탓에 극장 부금을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조수연대는 현재 박형섭 변호사와 함께 본안 소송을 준비 중이며, 해당 영화사들은 아직 특별한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체불임금을 받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스탭 처우를 방기하는 영화사들의 관행을 바꾸고 올바른 전범을 만들 것”이라는 이들의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