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중(설경구) 검사는 강력반 형사 시절(<공공의 적>)보다 관객의 피를 더 끓어오르게 한다. 패륜아에 대한 분노에서 나아가 사학재단비리와 정경유착으로까지 사회적 공분의 규모를 더 크게 확장한 2편은 한국사회의 구조악을 법의 이름으로 심판한다.
착하고 공부 잘하는 반장이었던 철중은 중학생 때 힘을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하며, 고등학교 때 세상에 다른 출발선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어른이 됐다. 그 어른이 되게 한 계기를 준 이가 바로 한상우(정준호)다. 학교 패싸움을 주도했지만 정작 특혜를 받고 체벌에서 빠진 상우를 보면서 철중은 세상의 더러운 이치를 깨달은 것이다. 한상우는 성장해서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가족과 법을 짓밟고, 강철중은 한상우를 잡기 위해 법의 경계를 넘는다.
예상대로 이 구조악을 물리치는 방법은 정교하고 날카로운 메스가 아니라 묵직한 해머다. 가운을 입고 섬세한 손길로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불끈 튀어나온 근육의 힘으로 적을 내리치는 것이다. 남성 호르몬이 146분 동안 용솟음치는 이 근육질적이고 마초적인 영화는 그러나 나름의 속도감과 일관적인 논리를 갖추고 있으며 공감을 자아내는 데도 일정 부분 성공한다. 그것은 정의를 집행하기 위해 법의 경계선을 과감하게 넘어서는 강철중 검사와 그를 안팎으로 지지하며 보기 드물게 중년의 캐릭터로서도 입체감을 얻고 있는 김신일(강신일) 부장검사의 호소력에 있다. 부패한 사회악을 일소하는 드라마는 사실 맥거핀이고 사나이의 의리를 말하려 이 영화를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강철중의 뜨거운 땀방울과 입에서 나는 단내를 느끼기가 전편보다 쉽지는 않다. 서랍을 열면 달랑 볼펜 한 자루에 사고뭉치이며 게다가 마약거래까지 하는 타락한 강철중 형사에 대해 관객은 좀더 많이 친해질 기회가 있었다. 이번엔 강 검사의 짧은 성장 시절을 보여준 다음, 일직선으로 공적을 향해 분노를 터뜨리는 데 전력질주한다. 전편처럼 우리의 강철중은 안팎의 외압과 적의 강한 반격에 쓰러지기도 하고, 사부이자 동지인 김신일이 일으켜 세워줄 때 다시 일어나기도 하면서 특유의 드라마를 만들지만 자잘한 재미는 전편보다 못하다.
분노의 고압선 사이로 웃음이 군데군데 매설되어 있지만 전편의 산수(이문식)처럼 그 재미가 관객의 몸속으로 침투하기는 쉽지 않다. 산수(이문식)와 일당들이 카메오 수준으로 작아진 데 반해 변희봉(안효준 이사)과 박근형(부총재) 두 중견의 자리가 커졌다. 버디무비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강신일과 설경구 사이의 화학작용이 더 긴밀해졌는데, 사회적 정의보다 둘 사이의 의리를 보여줄 때 카메라는 더 빛나고 대사는 뭉클함까지 안겨준다. 한국 영화사에서 오랫동안 부재했던 아버지의 자리를 최근 영화들이 형제애로 메운 것을 상기해본다면, 이 영화가 보여준 감동적인 유사부자관계는 꽤 음미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