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산업의 지각변동이 조심스럽게 예고되는 중이다.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한 CJ, 동양, 롯데의 3강 구도를 변화시킬 후보로 몇몇 대기업군이 제시된 것은 사실 오래된 일이다. 기업 속성상 콘텐츠 확보에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하 SKT), 유통쪽에 강세를 보이는 두산과 한화가 주로 후보로 꼽히는 대상들이다. 특히 최근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포럼(이하 DEF)을 운영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타당성 검토 및 지속적인 스터디를 하고 있는 SKT의 행보가 주목받는 중이다. 지난 1월12일부터 3일간 제주도에서 3박4일 동안 집중 워크숍을 가졌던 DEF 멤버는 SKT 내부의 전략콘텐츠개발팀, 차세대기술개발팀, 마케팅랩과 영화계, 외주제작 프로덕션, 음악 관련 현장 관계자로 구성되었다. 포럼을 이끄는 내부 핵심인물은 킬러콘텐츠로 성장한 싸이월드와 June의 일등공신인 김광섭 부장으로 알려진다.
현재 영화산업 메이저들의 사업구조는 극장 장악, 투자·배급 참여, 케이블을 비롯한 채널 확보라는 메뉴로 구성된다. 극장을 중심으로 투자·배급을 장악하는 기본골격이다. 두산이나 한화가 영화산업의 참여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도 극장을 통한 기존 유통업의 시너지 효과 측면이 고려된 점이 크다. SKT의 움직임을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 메이저 3강이 영화산업에 진입한 형태와 전혀 다른 방식의 영화, 더 넓게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의 핵심은 포럼 명칭처럼 디지털이다. 극장이라는 하드웨어에 투자하는 방식이 아닌 모바일이나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환경을 통해 엔터테인먼트의 소비환경 자체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 SKT의 기본전략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70∼80%의 매출을 극장에 의존하는 한국영화의 매출구조를 일본, 미국과 같은 분산적인 매출구조로 바꾸고 유비쿼터스로 대표되는 디지털한 플랫폼으로 영화콘텐츠 소비를 극대화하는 것이 영화분야에서는 그들의 목표”일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예측했다.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산업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는 내년 6월 상용화되는 발전된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와이브로, 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가 가시화되는 미디어환경을 고려할 때 SKT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는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DMB가 이동통신사업자들의 매출을 잠식할 것이라는 증권가와 전문가들의 분석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자회사 TU미디어와 함께 새로운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면 콘텐츠 확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에서의 영향력 확대는 필수요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SKT의 이러한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접근은 한국 영화시장 성격 자체를 변화시킬 요소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