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X파일’을 다운로드받느라 직장 업무가 마비되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X파일의 파장이 거세다. 제일기획이 광고 모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동서리서치사에 의뢰한 조사 결과는 우연한 실수로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관음증이 이 사회의 징후임을 다시 확인시킨 계기였다. 이 사건은,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입을 빌려 말하자면, 무차별적으로 평등하게 위험이 분배되는 ‘위험사회’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실례다. 불가항력의 위험이 상존하는 근대 ‘위험사회’의 초고속 정보화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조사결과는 연예프로그램 리포터 둘, 그리고 스포츠지 기자 7명과 통신사 기자를 합해 모두 10명에게 심층 인터뷰를 한 끝에 99명 연예인의 광고 이미지 적합성을 물은 것이다. 조사의 목적은 ‘광고주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각 신문과 방송들은 사이버 테러, 연예계에 몰아친 쓰나미 등으로 이 사건을 표현하며 X파일을 확대재생산하는 데 거들고 있고 인권침해라는 도덕적인 훈계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피해’ 연예인들은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사건 이후의 연쇄반응은 먹이와 먹이새가 벌이는 부록(스페셜 피처)에 다름 아니다. 연예인과 언론의 화학작용은 그 자체로 둘에게 윈윈게임이기 때문이다. 소문 수준에 불과한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가 뜻하지 않은 외부효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정작 담당 기자가 속한 스포츠신문 등은 입을 다물고 있고 한 방송 리포터는 자신이 출연하는 방송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나 문제는 사적인 권리 침해가 아니다. 이 문건은 외부로 유출될 성격이 아니었다. 어느 누가 거액의 광고비 위험 부담을 그대로 지겠다고 하겠는가. ‘결핍은 위계서열적이고 스모그는 민주적’(울리히 벡)이라는 경구가 이 사건의 앞뒤를 잘 설명해준다. 인터넷은 누구나 공평하게 마시는 오염된 치명적인 먼지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은 그 먼지에 대한 면역력 테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