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1989년 소련. CIA 요원 알렉은 소련의 화학자 키토버 박사를 데려와야 한다는 임무를 완수하기 직전 KGB 요원에게 발각되어 연인 소냐와도 헤어진 채 정신병동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11년 뒤 2000년. 전직 KGB 요원 발라닌은 소냐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알렉에게 수수께끼의 그림을 훔쳐오라고 한다. 자신과 똑 닮은 그림주인 그레디의 눈을 피해 그림을 훔쳐야 하는 알렉은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그림 속에 키토버 박사의 연구의 수수께끼가 담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Review
한참 동안 계속되는 정사신으로 시작해서 남녀의 키스신으로 끝나는 영화가 있다고 했을 때 그 중간과정에 대해서는 어떤 상상을 할 수 있을까? 더구나 극중에서 남녀가 만나는 것도 거의 처음과 끝뿐이고 그나마 여자주인공은 따로 있다고 했을 경우 말이다.
다소 엉뚱하게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또 한 가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영화적 욕심에 관한 것이다. <오퍼레이터>에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냉전시대 소련과 미국의 숨막히는 접전 속에서의 첩보원이야기가 있고, 국경과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은 변하지 않는 사랑이야기가 있다. 수수께끼가 담긴 물건이 등장하고 똑같이 생긴 두 인물간의 트릭이 있으며 은행 강도사건을 배경으로 인질이 정의로운 인질범에게 연민을 느끼고 협조하게 되는 이야기에다가 경찰의 비리와 부패, 우정과 배신에 관한 이야기까지 버무려졌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되다가 다시 처음의 러브스토리로 바통을 휙 넘겨주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서 우리가 기억해낼 수 있는 영화는 상당히 여러 편이다. 007 시리즈부터 시작해서 <백야> <세인트> <미션 임파서블> <인질> <도망자> 등등. 감시 카메라가 ‘빅 브라더’ 라고 불리는 것으로 보아 를 잠깐 연상하는 것도 가능할 듯싶다.
그러나 불행히도 감독의 영화적 욕심은 이러한 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다 담아내는가 자체에 치우쳤던 것 같고, 그 결과 이야기의 흐름이나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 제시는 거칠고 허술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될 경우엔 무척 가슴아프지만 영화를 만든 사람의 영화적 욕심이 다른 방향으로 향했기를 뒤늦게 바라는 수밖에 없다. 사건의 정황을 설명해주는 세부 장치들이나 액션지도 혹는 편집에서 욕심을 부렸더라면.
물론 가장 큰 아쉬움은 이 영화가 2000년에 만들어진 것치고는 너무나 1989년 <토요명화> 같은 구조를 띠고 있다는 거다. 영화의 시발점이자 의미적으로는 20세기의 끝이라고 말해지는 1989년도를 배경으로 그 어떤 다른 영화와도 쉽사리 연관시킬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일까. 어쩌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보는 사람으로서 쉽게 말해버릴 수 있는 영화적 욕심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손원평/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