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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연가> 진짜 슬픈건 의존형으로 퇴행한 여성상

드라마 가 지난 5일 문화방송에서 시작했다. 국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오랜 기획 기간을 거쳤다는 이른바 ‘한류 드라마’다. 그래서인지 한류의 물줄기를 튼 의 흔적이 제목과 소재 등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난해 몰아친 ‘한류 바람’에 대한 분석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 가운데 일본의 중년 주부들이 가장 먼저 에 열광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순애보’에 주목했다. 일본 경제 부흥기인 1970~80년대 결혼한 중년 여성들은 결혼 생활에서 일에 바쁜 남편한테 애정 표현 따위는 기대하지도 못했는데, 20~30년이 흘러 경제적 안정을 찾은 뒤 를 보면서 “나도 저런 사랑을 받아봤으면…” 하는 동경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풀이에 따라 ‘한류’를 목표로 한 드라마들은 순애보를 쉽게 채택한다. 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더 ‘강한 순애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 여성 주인공은 지난해 대세를 이뤘던 이른바 ‘캔디렐라’와는 한참 동떨어진 모습이다. ‘왕자’를 통해 암울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지만, 그 앞에서 심리적인 당당함 또한 잃고 싶어하지 않는 여성들의 욕구가 ‘신데렐라와 캔디의 짬뽕’으로 나타났다면, 순애보의 여주인공은 더 직접적으로 남성에게 의지하는 연약하고 눈물많은 ‘청순가련형’에 가깝다.

의 혜인(김희선)은 순애보의 전형적인 청순가련형 여성상을 보여준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고아 출신에 시각장애인이 덮어씌워졌다. 밤무대 3류 가수이자 도박빚에 쫓기는 이모는 혜인이 기댈만한 존재가 되지 못한다. 여기서 그의 구세주를 자처하는 남성 캐릭터가 창조된다. 남성은 가족 없는 혜인에게 가족이 돼주고, 각막 이식 수술로 시력까지 되돌려준다. 에선 최지우가 가련한 유진 역을 맡았다. 유진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준상(배용준)에게서 구원을 찾는다. 연민은 이들이 끊임없이 흘려대는 ‘눈물’에서 더욱 증폭된다. 이렇게 보면, 의 혜인은 의 유진보다 더욱 상황이 나쁘다. ‘남성의 구원’은 더욱 절실하고 그들의 사랑은 더욱 애절하다.

그러나 퇴행적인 여성 캐릭터가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현실 속 여성들은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자신만의 당당한 존재 의의를 살려가고 있는 참이다. 남성들도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눠지며 행복해질 날을 기다린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지만’ 결국 ‘왕자’의 품이라는 안온함 속에 숨어버리는 ‘캔디렐라’도 모자라 이젠 다시 남자 없인 아무 것도 안 되는 청순가련의 의존형 여성이, 일본 공략이라는 미명 아래 등장한다는 것이 한국 드라마의 퇴행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가 과연 일본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을지, 한국 시청자들은 과거로 회귀하는 여성상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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