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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워드 피쉬
2001-07-03

스워드 피쉬

■ STORY 세계 최고의 해커 스탠리(휴 잭맨)의 현실은 초라하다. FBI에 체포된 뒤, 2년간 복역했고 출감 뒤에도 컴퓨터에 접근금지명령을 받았다. 사랑하는 딸 홀리를 포르노영화 제작자와 결혼한 아내에게 빼앗긴 것은 물론 얼굴조차 볼 수가 없다. 인생의 막장에서 신음하던 스탠리에게, 빨간 옷을 입은 악마, 아니 여인이 나타난다. 진저(할 베리)는 스탠리에게 제안한다. 자기 보스를 만나는 것만으로 10만달러를, 모든 것이 끝나면 1천만달러를 주겠다고. 미녀와 마약, 산해진미와 포르셰 등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진 가브리엘(존 트래볼타)은 스탠리의 천재적인 해커 능력이 필요하다. 마약단속국의 불법 비자금 세탁 프로젝트-코드명 ‘스워드 피쉬’의 계좌에 쌓인 95억달러의 막대한 돈을 털기 위해서 첨단의 무기와 병력을 투입하여 은행을 점거한 뒤 스탠리가 만들어낸 해킹 프로그램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짓는 것이다.

■ Review

<스워드 피쉬>는 멋지게 시작한다. 가브리엘 일당은 은행의 인질들에게 폭탄 조끼를 입힌다. 기폭장치를 누르지 않더라도 은행에서 몇 미터를 벗어나면 자동으로 폭발한다. 인질을 끌고 밖으로 나온 테러범한테 저격수가 사격을 하고, 특수기동대가 인질 한명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려 한다. 은행에서 몇 발자국 떨어지는 순간 거대한 불꽃이 일고 폭풍이 몰아친다. 사람과 차들이 날아가고, 유리창이 박살나는 그 순간을 도미니크 세나는 화려한 액션신으로 잡아낸다. 무려 125대의 카메라와 135대의 스틸 카메라를 연결한 멀티캠 시스템을 사용하여. 360도 회전하며 순간의 이미지를 잡아내는 그 솜씨는 이미 <매트릭스>에서 확인한 것이고, <스워드 피쉬>의 제작자는 바로 <매트릭스>의 조엘 실버다.

그러나 <스워드 피쉬>의 감독은 사이버 공간의 신화를 만들어낸 워쇼스키 형제가 아니다. 뮤직비디오감독 출신의 도미니크 세나는 <칼리포니아>와 <식스티 세컨즈>를 통해 현란한 영상감각과 지지부진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였다. <스워드 피쉬>도 같은 궤도를 달려간다. 놀라운 오프닝에 이어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면 이야기는 사정없이 물이 샌다. 스탠리의 눈물겨운 부정, 가브리엘 진영의 내분, 진저와 가브리엘의 정체 등등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은 모두 따로 논다. <엑스맨>으로 뜬 휴 잭맨은 물론이고 <트래픽>의 돈 치들, <록스탁 앤 투스모킹 배럴스>의 비니 존스 등 얼굴만으로도 관심을 끌 만한 배우들도 뒷전에서만 서성거린다.

<스워드 피쉬>는 도미니크 세나의 ‘감각’을 활용하는 데는 성공했다. 공중크레인을 이용하여 3t이 넘는 버스를 공중으로 들어올리고 고층빌딩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는 액션신은 오프닝과 함께 눈길을 끈다. 자동차 추격신은 <식스티 세컨즈>의 답습. <식스티 세컨즈>와 <스워드 피쉬>만을 놓고 본다면, 제작자로서는 제리 브룩하이머가 조엘 실버보다 한수 위인 듯.김봉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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