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윌 스미스)는 꿈은 많지만 능력은 없는 고래 세차장 직원이다. 사장 사익스(마틴 스코시즈)에게 빚진 돈을 갚지 못한 오스카는 해파리 어니와 버니에게 꽁꽁 묶여 고문을 받다가 상어 프랭키와 레니(잭 블랙) 형제를 만난다. 레니는 마피아 보스인 리노(로버트 드 니로)의 둘째아들이지만 살생을 거부하는 온순한 채식주의자. 동생을 상어다운 상어로 만들고 싶어하던 프랭키는 오스카를 뒤쫓다가 우연히 떨어진 닻에 맞아 죽고, 레니는 슬픔과 죄책감 때문에 어디론가 사라진다. 혼자 남은 오스카는 도망갔다가 돌아온 해파리들에게 자신이 프랭키를 죽인 ‘상어 대마왕’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영웅이 되어 그토록 소원하던 산호초 꼭대기 펜트하우스에 입주한 오스카. 그는 돈과 명성, 오래된 친구 앤지(르네 젤위거)와 관능적인 롤라(안젤리나 졸리)의 사랑을 얻지만, 거짓말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프랭키의 살인자를 찾아 산호초에 쳐들어온 상어들을 물리쳐야 한다. 바다를 떠돌다가 오스카가 사는 산호초까지 온 레니는 자신이 초야에 묻혀 살 수 있도록 오스카와 연극을 벌이기로 합의를 본다.
의 배경음악이 달려오는 이 영화의 첫 장면은 와, 재미있는 영화겠구나, 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정적과 긴장이 지나고 나타난 상어는 죠스와 같은 종류인 백상어 레니. 그러나 배우 잭 블랙처럼 뭉툭하게 생긴 레니는 품종이 부끄럽게도 “괜찮아, 나는 채식주의자야”라며 다정하게 벌레 미끼를 위로한다. 곧바로 나타나는 산호초 리프도 화려하다. 뉴욕 타임스스퀘어를 기본으로 삼아 라스베이거스와 샌프란시스코 등을 덧붙여 디자인한 산호초에서는 코랄 콜라와 겁의 네온간판이 반짝이고, 그 동네의 스타는 제시카 쉬림프슨과 머슬(홍합) 크로다. 두꺼운 눈썹 때문에 얼굴만 봐도 마틴 스코시즈가 떠오르는 복어 사익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음악, 상어들이 살고 있는 타이태닉호의 잔해. 동화 대신 동시대 대중문화를 끌어들인 는 갱스터영화를 패러디했다는 기본 뼈대를 무색하게 한다.
산호초 리프는 깊이와 넓이를 모두 고려해서 설계됐다. 스시 가게와 장물을 취급하는 수상쩍은 가게까지, 세심하게 설계된 도시. 레니는 폭력과 살인을 피할 수 없는 상어들의 세계를 떠나 이곳에 머무르려고 한다.
앤지는 허풍 심하고 실속없는 오스카를 남몰래 사랑하지만, 오스카는 돈과 명성만을 사랑하는 관능적인 롤라에게 한눈을 판다.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는 십대 초반까지의 아이들을 중요한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그들 중 과연 몇명이 1972년작인 R등급영화 를 보았고, 그 영화를 인용한 농담에 웃을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어떤 점에서는 적절한 근심이었다. 를 보고 자란 아이라면 로버트 드 니로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가 연기했던 비토 콜레오네와 알 카포네를 떠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핏줄이 지워준 숙명을 거부하는 돌째아들 레니의 새침한 자태에서 “계집애 같은” 마이클 콜레오네의 그림자를 끌어낼 수도 없을 테고. 그러나 는 그런 염려가 민망하게도 3주 동안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역대 10월 개봉영화 중에서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어린아이들은 를 기억하는 에버트와는 다른 시선으로 를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윌 스미스의 얼굴을 그대로 박아넣은 오스카의 캐릭터디자인과 그의 뮤직비디오를 연구해 만들어낸 오스카의 춤은 다른 텍스트를 되짚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가뿐하게 받아들일 만한 오락거리다.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을 가진 작은 물고기, 고래 세차의 달인이었던 아버지를 부정하는 오스카와 아버지가 물려준 살인을 거부하는 레니, 한순간 머물기보다 오래 익어온 사랑. 따로 떼어놓으면 제법 묵직한 이야기의 조각들도 그저 조각처럼 가볍게 대양 속을 떠다닌다. 는 홍보전략의 핵심으로 을 등에 업었지만, 그리고 짤막한 패러디를 모아 잔치를 벌이기는 하지만, 동화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와 그 결말을 뒤집는 과는 닮은 점이 별로 없는 것이다(의 제작사인 드림웍스는 자체 애니메이션 제작파트인 글렌데일 CG 스튜디오를 만들어 를 제작했고, 이 영화의 공동감독 중 한명인 비키 젠슨은 앤드루 애덤슨과 함께 을 연출했다). 는 그저 옛집의 가구를 실어다 새집에 배치했을 뿐이다.
오스카는 레니를 고래 세차장에 숨겨둔다. 레니는 파란색 페인트로 등을 칠해 돌고래로 변장하는데, 아버지 리노마저 그를 몰라볼 정도다.
눈썹을 강조한 복어 사익스는 목소리를 연기한 마틴 스코시즈와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리노에게 상납금을 바치고, 레니를 고문하지만, 나쁜 복어는 아니다.
드림웍스는 비록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처럼 어른스러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고, 그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왔다. 스피릿은 사람의 노래를 부르면서 퍼펫으로 전락하는 우스운 조랑말이 되는 대신 그 이름에 걸맞은 진정한 야생마의 혼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는 의 지나친 성공을 독으로 받아들였다. 패러디가 주는 달콤한 독성에 내성을 키우지 못한 이 영화는 갈라진 꼬리지느러미를 딛고 사람처럼 걸어다니는 물고기들이 웃기지 않는 유머를 쏟아놓는데, 그걸 들으면서 웃을 수 있는 진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결말마저 당혹스럽다. 성격은 나빠도 마음은 착한 괴물과 공주는 공존할 수 있다. 그러나 물고기를 잡아먹는 상어와 물고기들이 어울려 산다는 건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더라도 지나친 판타지일 것이고, 거짓말했다고 자백했다는 이유만으로 말단 직원이 세차장 매니저로 승진하는 건 너무 불공평하다.
에 출연한 물고기들
스크린으로 옮겨온 아쿠아리움제작진은 캐릭터와 어울리는 물고기를 찾기 위해 어류 도감을 뒤지고 롱비치 아쿠아리움에도 들렀다. 모델로 삼은 물고기의 형태와 습성을 캐릭터의 성격과 외모에 반영하려고 했던 것이다. 고래 세차장 직원 오스카는 놀랫기과에 속하는 클리너래스다. 노란색과 검정색 줄무늬가 있는 클리너래스는 다 자라면 10cm 정도가 되는 가늘고 작은 물고기. 다른 물고기들의 기생충을 청소해서 먹고 살고 그래서인지 면역력이 강하지만 수질에는 매우 민감하다. 제주도에도 살고 있다. 열대어 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많은 엔젤피시는 우아한 외모 덕분에 앤지에 캐스팅됐다. 캐릭터 테크니컬 디렉터 케빈 오치스는 “지느러미가 우아하게 펄럭여서 앤지의 머리카락을 표현할 수 있는 물고기를 찾았다”고 말했다. 관능적인 몸으로 오스카를 유혹하는 롤라는 라이언 피시에 드래곤 피시를 약간 섞은 형태다. 우리말로 쏠베감팽이라고 알려져 있는 라이언 피시는 갈기를 펼친 듯한 가시와 자극적인 줄무늬를 가지고 있는데, 가시에 찔리면 맹독에 감염된다. 돈보다 복수를 더 좋아하는 롤라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물고기인 것. 아로와나라는, 덜 알려져 있는 이름을 가진 드래곤 피시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물고기로 은빛 몸이 아름답다. 이 밖에 가장 사납고 강한 상어로 알려져 있으며 몸 속에서 말 한 마리가 통째로 발견된 적도 있다는 백상아리, 귀상어와 범고래, 화를 내면 몸이 부풀어올라 채신을 잃는 복어, 전기고문을 자행하는 블랙 해파리 등이 에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