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부회장으로 이미경 전 CJ엔터테인먼트 해외파견 상무가 취임함에 따라 CJ엔터테인먼트의 행보에 충무로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CJ그룹은 지난 12월27일 임원인사에서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씨를 CJ엔터테인먼트와 CJ CGV, CJ미디어, CJ아메리카 담당 부회장에 임명했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CJ그룹은 핵심 차세대 사업인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 분야에 전문적인 식견과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이미경씨를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CJ가 제일제당으로 불리던 시절인 지난 1995년 4월 드림웍스에 3억달러를 투자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이 부회장은 CJ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키며 한국영화 투자와 배급, CGV 극장체인 건립 등을 주도해왔다. 1999년 이후 CJ엔터테인먼트 해외파견 상무라는 직함으로 LA 등지에서 지내왔으나 2004년부터 복귀설이 끊이지 않았다.
1월2일로 예정된 이미경 부회장의 취임은 여러 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이 부회장이 오래전부터 영화투자 및 제작이라는 실무에 깊숙이 관여해왔던 탓에 CJ엔터테인먼트의 이후 노선에 큰 영향을 끼치리라는 점이다. 비록 CEO는 아니지만, 그룹의 부문장인 만큼 전반적인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립자의 장손녀인 이 부회장이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오너’로 회사로 복귀하는 것인 만큼 좀더 적극적인 투자 등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며, CJ그룹에서 영화, 극장, 방송을 총괄하는 부문인 CJ E&M(엔터테인먼트&미디어)이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드림웍스의 스필버그 감독 등을 통해 할리우드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해온 그의 경력이 어떻게든 향후 CJ의 사업방향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CJ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충무로 인사는 “이미경 부회장은 CJ의 무게중심을 해외쪽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를 벤치마킹해서 일종의 스튜디오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아는데, 굉장히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무턱대고 북미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를테면 아시안 아메리칸을 겨냥한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해외부문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예측은 이번 인사 이전부터 이미 나돌았다. <달콤한 인생> 촬영 초반, 일본의 대형 미디어기업 가도카와의 회장과 함께 현장을 찾은 이 부회장의 모습이 목격됐고, 결국 이 영화는 가도카와의 계열사인 닛폰 헤럴드에 최고 판매가인 320만달러에 판매된 것.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기업이 CJ인 만큼 이 부회장의 취임은 이후 한국 영화계의 흐름에도 큰 변수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