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조림 뚜껑을 열 땐 괴력을 발휘하지만 프랑스 요리를 먹을 때는 왕소심으로 바뀌는 엄마. 술만 마시면 청소부처럼 집안 물건을 내버리지만 식빵을 먹을 때는 좀스럽게 속만 파먹는 아빠. 반찬이 맛없으면 엄마의 시선은 무시하고 참치 캔을 따버리는 무신경이지만 변태 친구들에 비하자면 순진한 구석이 많은 남동생. 그리고 꿈 많고 순수한 여고생 시늉을 해보지만 아무래도 자라면 엄마같이 될까봐 두려운 나, 오아리. 개성 충만의 네 가족이 펼치는 진솔하고도 흥겨운 생활의 이야기 <아따맘마>(대원씨아이 펴냄)가 우리 앞에 등장했다.
최근 투니버스의 애니메이션 방영과 함께 출판만화로도 번역되어 나온 게라 에이코의 <아따맘마>는 지난 1994년부터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일요판에 연재된 만화다. 일본에는 <사자에상>에서부터 주류 스토리 만화 못지않은 인기를 모아온 홈코미디 만화의 계보가 이어져오고 있다. <치비 마루꼬짱> <짱구는 못말려> 등과 함께 그 계보의 듬직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 <아따맘마>로, 1996년에는 저명한 ‘문예춘추만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만화의 배경은 그다지 모범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짱구처럼 이웃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소시민 가족. 평범한 여고생인 오아리가 주로 1인칭을 담당하지만, 하이라이트를 독점하고 있는 주인공은 다름아닌 엄마다. 버리기 직전의 팬티로 유리창을 닦질 않나. 아들 머리를 잘라준다며 귀에서 피를 보게 하지 않나. 다이어트 한다고 저녁 요리는 간도 보지 않아 가족들은 배달로 끼니를 때우게 하지 않나. 심하다 싶을 때가 많은 엄마의 행동이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에 네 가족을 꾸려가기 위해 강인한 생활력으로 버텨가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만화가인 게라 에이코는 소박한 필치로 결혼생활과 가족에 관련된 작품들을 꾸준히 그려왔는데, <아따맘마>에서도 2등신의 체형으로 매우 사랑스러운 인물들을 창조하고 있다. 엄마의 몸매를 골무처럼 만들어놓고 젖가슴을 겨드랑이 밑으로 그려놓은 솜씨는 괴팍하기는 하지만 뛰어난 관찰과 재현의 능력이라고 생각된다. ‘무엇으로든 안경을 닦는 아빠’, ‘빳빳한 새 돈은 지퍼백에 넣어두는 엄마’ 등 본편의 만화 사이사이에 들어간 한컷의 장면들도 감칠맛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