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가 김홍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의 해촉안을 발의하자 영화계가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박찬욱, 최민식 등 주요 감독들과 배우들은 12월 29일 “김 집행위원장이 해촉될 경우 부천영화제에 영화 출품 및 참석을 거부하겠다”고 집단 결의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김 집행위원장의 해촉안이 통과될 경우 영화제를 보이콧하겠다고 밝힌 영화인은 12월 29일까지 20여명.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이영애, 정우성, 조승우, 한가인, 권상우, 문근영, 손예진, 강동원, 류승범, 신하균, 유지태, 강혜정, 김혜수, 공형진, 김수로, 문소리, 배두나 등의 배우들과 박찬욱, 김지운, 이재용, 허진호, 이현승, 봉준호, 김성수 등의 감독들로 알려졌다. 이들은 김 집행위원장 해촉안을 총회에 상정키로 한 영화제 이사회의 결정을 맹비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해촉안 발의를 주도한 홍건표 부천시장(한나라당)(우측 아래 사진, 올해 시장선거에 당선되었을 당시의 모습)에 대해 집중 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12월 27일 영화인회의를 시작으로 한국독립영화협회, 여성영화인모임 등 영화관련 단체들이 잇따라 성명을 내 “김 집행위원장이 영화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1등 공신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임기가 2년4개월이나 남았는데도 부천시가 해촉안을 발의했다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과도한 개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는 이번 해촉안 상정은 “부천영화제를 사유화하려는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쏘아붙였다.
강한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홍 시장쪽은 12월 29일 늦은 시각에 영화계 대표 3인과의 면담을 받아들였지만 성난 영화계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부천영화제 스탭들과 관객은 김 집행위원장 해촉안이 상정된 30일 5시 영화제 총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집행위원장 해촉안을 포함하여 영화제의 자율성을 훼손하려 한다면 단호히 거부하고 끝까지 싸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배우 정진영, 오기민 프로듀서 등도 참석했다. 총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부천시는 독단적인 문화행정의 장본인이라는 눈총을 쉽게 떨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