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클래식 크리스마스!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화려하게 빛나고, 사람들은 손에 서너개씩 쇼핑백을 들고 분주하게 이 가게 저 가게를 오간다. 연말 런던의 도심 풍경이다. 이렇게 모두들 조금씩은 마음이 들떠 있는 연말 극장가에 두편의 클래식영화가 나란히 개봉했다. 한편은 셰익스피어의 잘 알려진 연극 <베니스의 상인>을 영화화한 것이고 다른 한편은, 18년 전 첫 상연된 뒤 지금까지도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 상연되고 있는 너무나 유명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영화화한 것.
마이클 레드퍼드(<일 포스티노>) 감독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가장 눈을 끄는 것은 명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앙상블. 베니스의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은 알 파치노가, 친구를 위해서 샤일록에게서 돈을 빌리는 상인 안토니오 역은 제레미 아이언스가 맡았다. 이 쟁쟁한 두 배우들과 함께, 사랑에 빠져 돈이 필요해진 젊은이 보사니오 역은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에서 연기했던 조셉 파인즈가 맡았다. 이 영화의 차가운 고리대금업자의 연기에서, 알 파치노의 카리스마는 녹슬기는커녕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고 더욱 강렬하게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조셉 파인즈 역시 그전의 다소 관습적인 연기틀에서 벗어나 알 파치노와 제레미 아이언스 사이에서 생기넘치는 연기를 보여준다는 평이다. 이 세 배우의 보기좋은 앙상블에 더해 촬영, 세트, 조명 등도 당시의 베니스의 분위기를 아름답게 재현했다는 평.
이렇게 <베니스의 상인>이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는 한편,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차갑다. 이 영화의 감독은 조엘 슈마허. 뮤지컬의 작곡자이기도 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프로듀서이자 각색에도 참여했다. 로이드 웨버의 달짝지근한 음악들이 너무 자주 길게 삽입되면서 영화의 리듬감을 끊어놓는다거나, 배우들의 연기가 형편없고, 영화의 전부가 진행되는 세트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불만 등 비평가들의 불만을 독차지(!)하고 있는 이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자체의 유명도와 연말 시즌에 뭔가 스케일이 큰 명작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지지 탓인지 대중적인 인기는 좋은 편이다. 런던=이지연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