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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릴레이] <룩 앳 미> 허문영 영화평론가
2004-12-28

‘타인의 취향’ 비웃는 권력 풍자와 반전 훌륭하게 표현

전작 〈타인의 취향〉이 취향의 권력에 관한 영화라면 〈룩 앳 미〉는 권력의 취향에 관한 영화다. 재즈를 좋아하는 것과 뽕짝을 좋아하는 것은 그저 서로 다를 뿐이지만, 둘 사이에는 모종의 위계가 사회적으로 설정된다. 〈타인의 취향〉이 비웃은 건 취향이라는 계급이었다. 〈룩앳미〉의 풍자 대상은 강자의 약자의 취향에 대한 불관용이다. 강자가 좋아하는 토끼고기를 약자는 싫어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룩앳미〉의 권력자는 흥미롭게도 〈타인의 취향〉에서 촌스런 취향으로 무시당했던 장피에르 바크리가 연기하는 에티엔이다. 그는 누군가 자신에게 명령하는 것과 불복종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질문만 하고 대답은 듣지 않으며, 무엇보다 타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모두 그를 가까이하고 싶어하지만 그와 가까워질수록 자기도 모르게 그를 닮아간다. 그의 딸 롤리타, 그에게 좋은 작가로 인정받음으로써 강자 대열의 말미에 이름을 올린 피에르와 그의 아내 실비아도 마찬가지다. 뚱뚱하고 예민하며 매사에 자신감 없는 롤리타는 남자 친구를 붙들어두는 데 아버지의 권력을 이용하고, 피에르와 실비아는 무명과 가난을 함께 견뎌온 오랜 동료들에게 갑자기 불친절해진다.

명예와 권력에 익숙해지며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재기 넘치는 묘사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흥미진진하다. 〈룩앳미〉는 또한 권력의 성차에 관한 예민한 관찰이다. 강자 에티엔은 실비아에게 얼굴이 빨개지고 팔짝팔짝 뛰게 만든 매력적인 수컷이다. 실비아는 남편의 질시어린 핀잔까지 들어가며 머리를 새로 단장하고 찾아간 파티장에서 에티엔을 동경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수컷이 최고권력자인 한 여자의 권력은 오로지 몸에서 나온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카린이 가장 강하고 야수적인 남자 에티엔과 한쌍이라는 것도 교묘한 설정이다. 카린은 매력적인 몸의 보존에 거의 신경증적으로 집착한다. 어린 딸의 울음은 늘 (롤리타처럼) 뚱뚱한 여자로 만들지 않으려는 카린의 안간힘이 만들어낸다. 롤리타는 명백히 최하위 여성이다. “죽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아버지의 권력 작용에서 그래서 벗어나지 못한다.

〈룩앳미〉는 두 종류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나는 동물적이며 수직적인 위계가 지배하는 에티엔 가족이며, 다른 하나는 인간적이며 수평적인 실비아의 확대가족이다. 전자의 가족에도 뱅상 같은 비혈연 멤버가 있지만 하인 취급을 벗어나지 못하며, 롤리타는 늘 카린의 친자인 어린 딸보다 덜 보살펴진다. 반면 두 동료까지 포함된 후자의 가족은 가난하며 혈연은 하나도 없지만 존중과 관용으로 유지된다. 〈룩앳미〉는 전자의 개입으로 후자가 해체되는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유일한 예외적 존재가 세바스티앵이라는 청년이다. 한정된 정보만으로 한동안 우리는 그를 에티엔 가족에게 빌붙으려는 한심한 인간으로 여긴다. 집세 500유로가 없어서 쩔쩔매는 북아프리카 출신의 이 최하위 수컷은 에티엔 앞에서 토끼고기가 싫다고 말하며, 에티엔이 내미는 권력의 부스러기를 거부하는 유일한 인간이다. 최하위 여성과 최하위 남성의 따뜻한 결합으로 끝맺는 결말은 다소 작위적이지만 흥미로운 반전이면서 이 영화의 비관과 냉소를 달래주는 작은 위안이다.

각각 실비아와 에티엔으로 분한 아녜스 자우이(감독 겸)와 장피에르 바크리의 각본은 기지와 통찰이 빛나며, 미묘한 시선 교환과 짧은 정적의 효과도 놓치지 않는 연기는 최상급이다. 〈룩앳미〉는 정말 재미있는 영화다.

허문영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