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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따라가기냐” MBC 부분개편안 진통

드라마쪽 집중타…조기종영·찬밥편성, PD들 대자보·유인물 내며 거센 반발

문화방송이 세밑 진통을 겪고 있다. 다음달 부분개편을 앞두고 개편 대상에 든 프로그램 제작진의 격렬한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어서다. 개편 방향이 시청률 경쟁력 강화 일변도의 ‘에스비에스 따라가기’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개편 포화가 집중되는 곳은 드라마 쪽이다. 19일 예능국에서 제작하는 시트콤 <조선에서 왔소이다>가 조기종영된 데 이어 일일 아침드라마 <빙점>(사진)(오전 9시)도 다음달 8일 예정보다 일찍 막을 내린다. <빙점>은 탄탄한 원작에 최수지가 8년만에 복귀한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지만, 줄곧 한자릿수 시청률에 그치며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느닷없이 조기종영을 통보받은 출연진들은 “상식을 벗어난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문화방송은 <빙점> 후속으로 소설가 박경리 원작의 <김약국의 딸들>을 10일부터 내보낸다.

문화방송 드라마 작가와 연출자의 산실로 자리해온 전통의 <베스트극장>(금 밤 9시55분)도 개편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편성 쪽에선 <베스트극장>의 방송시간을 토요일 밤 11시45분으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이유는 물론 낮은 시청률과 그에 따른 광고판매 부진이다. 편성 관계자는 “현재 금요일 주요 시간대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청률 저하로 이미 광고 절반이 안붙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드라마국 피디들은 “정책 결정자들의 근시안적 판단이 엠비시 드라마의 숨통을 끊을 지경에 이르렀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대자보와 유인물을 통해 “토요일 밤 11시45분은 타 방송사에도 드라마를 편성한 예가 없다”며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한 편성시간 변경논의는 현실을 무시한 사기극”이라고 질타했다.

드라마국 피디들의 반발이 거세자, 회사 쪽은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다. 편성 관계자는 “토요일로의 시간대 변경은 5개 안 가운데 하나를 드라마국장이 택한 것”이라며 “드라마국 내부 조율이 안되면 다른 선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머지 경우의 수도 금요일 밤 11시대로의 이동을 포함해 모두 <베스트극장>을 현재 시간대에선 빼는 쪽으로 짜여 있어, 제작진의 반발이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문화방송은 <베스트극장>에 이어지는 휴먼다큐 <공감>(금 밤 11시10분)은 아예 폐지키로 결정했다. 두 프로그램이 빠진 시간대엔 예능프로그램을 내보낼 계획이다. 현재 신작 외주 프로 3개와 타시간대의 기존 예능프로 2개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내부반발을 무릅쓴 문화방송의 개편 시도는 전반적인 광고 침체와 더불어 에스비에스의 주말편성 전략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다. 에스비에스는 지난 가을 금요드라마 <아내의 반란>을 밤 10시와 11시대에 연속편성했다. <아내의 반란>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국방송 <브이제이 특공대>와 <부부클리닉>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베스트극장>과 <공감>도 시청률이 한자릿수로 급락하는 후폭풍에 휩쓸렸다. 문화방송 교양국 관계자는 “에스비에스의 공세적 편성이 시청률 경쟁을 부를 거라던 우려가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스비에스의 드라마 집중배치가 불러온 시청률 경쟁의 파장은 그것대로 짚되, 문화방송 또한 이를 한층 심화시킬 맞불편성을 고집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베스트극장>을 토요일 밤 11시45분으로 옮길 경우, 드라마국 피디들의 우려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심야시간대마저 드라마에 점령되는 결과를 빚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