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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얼마나 오만하고 잔인한가, <칸다하르>

<칸다하르> Kandahar

2001년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

상영시간 81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영어, 페르시아어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위젼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사이클리스트>는 이란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이야기였다. 아내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남자의 모습을 잊지 못한 캐나다의 저널리스트 닐로우파 파지라는 마흐말바프 감독을 찾는다. 어린 나이에 부모의 나라를 떠났던 그녀는 힘겹게 사는 친구를 만나러 아프가니스탄에 갔다가 실패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2년 뒤 파지라의 이야기가 <칸다하르>로 만들어지면서 그녀는 주연을 맡게 된다. <칸다하르>는 20세기 마지막 개기일식 날 자살하겠다는 동생을 찾아 (탈레반의 본거지) 칸다하르로 길을 떠나는 언니의 이야기다. 그 길 위로 20년에 걸친 전쟁과 기아의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아프간 사람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지뢰 때문에 팔과 다리가 잘려나간 사람,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설립한 학교에서 무기를 들고 교육받는 남자아이들, 부르카 아래로 기본적인 권리를 저당잡힌 채 살고 있는 여성들을 목격하면 할수록 그녀는 살아야 하는 이유 즉, 희망을 동생에게 찾아주고자 길을 더욱 재촉한다. 영화는 시작점에서 다시 끝을 맺는다. 뒤집어쓴 부르카 사이로 석양이 비칠 때, 그녀는 동생에게 단 하루의 시간이 남아 있음을 기억한다. 이야기의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 <칸다하르>는 우리가 자매의 내일을 궁금해하기 이전에 낯선 땅과 외면했던 사람들과 인간이 저지른 비극을 먼저 인정하고 파악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겨둔다. 마흐말바프는 어릴 적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이클리스트>를 만들었다. 어린 마흐말바프는 파키스탄(영화와 다르다) 남자가 홍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10일 동안 쉬거나 자지 않고 자전거를 모는 모습에서 하늘의 존재를 느꼈다고 했다. 진정 하늘이 보고 있다면 우리가 밤새 깨어 있고 약속을 잊지 않으며 신의 기적이 땅 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작품으로는 국내에서 첫 출시되는 DVD이다. 주연배우의 음성해설이 인상깊다. 관객, 감독과 마찬가지로 외국에서 오래 살아온 그녀도 외부인일 거라고 짐작했지만, 그녀의 음성해설은 그런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킨다. 저널리스트답게 영화 제작과정 외에 아프간 사회, 문화, 정치,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이 정도 책임감으로 역에 임하는 배우를 만나기도 쉽지 않겠다. 부록으로 TV 프로그램 한편이 제공된다. 아프가니스탄이 9·11 테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과 더불어 <칸다하르>와 주연배우가 유명해지자 기획된 것이란다. 역시 TV답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