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네프의 연인들> 개봉 당시 몇 장면이 삭제된 사정은 4년 전 DVD가 출시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이번에 다시 선보이는 DVD에 이르러서야 <퐁네프의 연인들>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풍성한 색감과 선명한 화질이 더해져 더욱 만족스럽다. 다만 대략 1.66:1 화면비율로 출시된 기존판에 비해 새로운 출시본의 화면비율은 약 1.85:1이다. 유럽 이외 지역에선 보통 비스타비전 사이즈로 상영됐을 테지만, 감독이 선호했던 포맷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시 만난 <퐁네프의 연인들>은 오래전 잊혀졌다가 마주친 사랑처럼 보인다. 불안한 카메라, 유영하는 불빛과 우울한 색깔의 이미지만 남아 있는 누벨이마주는 혹 존재하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누벨이마주의 선배 장 자크 베넥스에게 <베티 블루>가 있다면 레오스 카락스에겐 <퐁네프의 연인들>이 있다. 매번 감상적인 사랑을 나누면서도 지상의 사랑을 믿지 못한 두 사람이다. <퐁네프의 연인들>은 불꽃놀이, 눈오는 크리스마스, 센강 아래 그리고 라탈랑트호를 닮은 바지선처럼 사랑이 비현실적인 공간에서만 벌어지는 축제임을 계속해서 말한다. 부서진 다리를 끌고 불을 먹는 곡예사와 빛을 보지 못하는 눈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만남은 행복한 ‘미녀와 야수’ 이야기로 끝날 수 없었다. 부록으로 50분 정도의 메이킹필름이 있다. 작은 규모의 흑백영화가 거대한 프로젝트로 변하면서 제작자가 파산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지옥 같은 여정을 담아놓았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