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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할리우드 소녀영화 대표작, <클루리스>

EBS 12월26일(일) 오후 1시50분

좋은 원작은 때로는 시대를 뛰어넘기도 한다. 원작을 새롭게 각색한 영화로는 <클루리스>가 적절한 예가 될 것이다. <클루리스>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엠마>를 베벌리힐스 고등학교 10대들의 이야기로 각색한 영화다. 과거에 유명했던 가수의 이름을 빌려온 이름의 셰어와 디온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베벌리힐스 상류층의 소녀들. 좋은 성적보다는 옷을 잘 입는 것에, 그리고 남학생들의 인기를 끄는 것에 관심이 많은 소녀들이다. 10대 소녀들을 등장시킨 <클루리스>는 기묘하게도, 원작의 숨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결과를 낳았다. 셰어와 디온은 부유층의 자녀들로 베벌리힐스 고등학교에서 인기 최고를 구가하는 여학생들이다. 셰어는 능력과 수완을 갖춘 변호사인 아버지와 함께 아무런 부족함 없이 살아간다. 그녀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결책은 즐거운 쇼핑이다. 어느 날 셰어는 토론 과목에서 C를 받자 성적을 올리기 위해 독신인 홀 선생과 노처녀 가이스트 선생을 엮어주려고 노력한다. 결국 셰어의 작전은 성공한다. 이후 학교에는 타이라고 하는 소녀가 전학을 오는데 셰어는 촌스러운 타이를 변신시켜주리라 계획한다. <클루리스>는 현대 청춘의 특징을 현명하게 들여다본다. 그들은 소비를 즐기고 연애를 일종의 게임으로 여긴다. 그리고 성장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몸소 체득해가는 것이다. 영화 속 셰어는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하려 하지만 얼마 뒤 불가능한 것임을 알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사랑. 처음에 셰어는 공부만 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조시를 싫어하지만 자신이 가장 ‘싫어했던’ 사람이 사실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엉뚱하게만 다가오는 아이러니를 서서히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 셰어 역의 알리시아 실버스톤은 다른 어느 출연작보다 앳되고 예쁜 모습을 과시하고 있어 <클루리스>가 대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욕에서 영화를 전공한 에이미 해커링은 <리치몬드 연애소동>(1982)으로 주목받았고 이후 <마이키 이야기>와 <클루리스> 등을 만들었다. 청춘을 소재로 하는 깔끔하고 세련된, 그리고 위트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에서 에이미 해커링 감독은 남다른 재주를 발휘하곤 했다. 어느 비평가는 <클루리스>에 대해 “이 영화는 틴에이저들을 겨냥하고 있지만 다른 훌륭한 코미디영화가 그렇듯, 유머감각을 지닌 관객이라면 누구에게나 호소하는 작품”이라고 논한 적 있다. 영화 속 타이로 분하고 있는 브리트니 머피는 요즘 각광받는 스타가 되었는데 10여년 전 그녀의 어눌한 모습을 한눈에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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