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부대’한테 크리스마스는 곧 쥐약이다.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저 23일 밤에 잠들어 26일 아침에 깨어나는 것뿐. 그래도 눈 뜨고 크리스마스를 맞고 싶다면? 돈을 벌자. 가족도 애인도 돈 주고 사면 된다. <서바이빙 크리스마스>는 바로 이 화끈한(?) 교훈을 전파하는 ‘자본주의 솔로족’을 위한 영화다.

광고회사의 경영진인 드루 래덤(벤 애플렉)은 그야말로 돈이 ‘튀는’ 남자. 크리스마스에 피지로 놀러가자고 애인에게 말 한번 잘못 했다가 책임감 없이 촐랑대는 남자로 찍히면서 그는 졸지에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생겼다. 괜히 어린 시절 살던 집 앞에 찾아가 불만을 종이에 적어 태우는 이상한 짓을 하던 드루는, 마침내 그 집에 사는 발코(제임스 갠돌피니) 가족에게 25만달러를 줄 테니 크리스마스 동안 가족이 되어달라고 주문한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 25만달러 벌기도 쉽지 않은 일. 평생 닭살 돋는 소리 한번 한 적이 없던 발코 가족은 이제 루돌프 티셔츠도 입어야 하고, 다정한 척도 해야 한다. 이렇게 가짜가족과의 얄팍한 행복을 돈으로 맛보려는 드루를 연기하려면 시나리오 행간에 있는 진심을 보여주어야 할 텐데, 벤 애플렉의 연기는 이 점에서 실망스럽다. 드루라는 인물 자체가 애초부터 산만하게 설정됐다 치더라도, 그의 공감을 살 수 없는 호들갑스러운 연기는 관객이 영화로부터 한발 빼고 물러나 팔짱을 끼게 만든다. 그나마 조연들의 연기가 영화의 정신없는 엇박자를 붙잡아준다. <나 홀로 집에> 시리즈에서 케빈의 엄마를 맡았던 캐서린 오하라는 또 한번 크리스마스의 안주인으로 돌아왔다. 돈을 줄 때마다 언제 화냈냐는 듯 웃는 제임스 갠돌피니의 연기와 허우적거리는 벤 애플렉을 진정시키는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의 모습도 스크린의 허점을 메운다. 그러나 끝끝내 <서바이빙 크리스마스>가 무엇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또는 말하려고 했는지 알기란 쉽지 않다. 철저한 오락영화로만 남기엔 드루의 가슴 아픈 과거사가 석연찮고,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라는 플래카드를 펄럭거려보기엔 수표에 사인을 해서 건네는 드루의 모습이 찜찜하게 남는다. 영화가 진짜 말하려고 했던 것은 어쩌면 저렇게 25만달러나 낭비하지 않으려면 그저 있는 애인 있을 때 잘해주고, 없는 애인 애써 만들려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닐까. 아껴야 잘사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