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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츠바랑 함께라면 뭐든 즐거워, 아즈마 기요히코의 <요츠바랑!>

<아즈망가 대왕>의 아즈마 기요히코가 또 한번 알쏭달쏭한 제목의 만화 <요츠바랑!>을 내놓았다. 뭔가 심오한 의미가 있는 듯한 선언형의 제목이지만 고민할 것 없다. ‘요츠바랑 매미 잡기’, ‘요츠바랑 쇼핑’, ‘요츠바랑 그림 그리기’ 식으로 주인공 요츠바랑 함께하면 뭐든지 즐겁다는 이야기다. 요츠바랑 함께하면 하루하루가 여름방학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 도시의 동네로 이사 온 요츠바는 수수께끼의 여자애다. 말하는 것도 서툴고, 사고하는 방식도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번역가인 아빠는 ‘외국에서 주워왔다’고 말하지만, 정확히 어느 외국인지, 그 말 자체가 사실인지도 알 수 없다. 요츠바 스스로는 그냥 ‘왼쪽’에서 왔다고, 밥 안 먹는 손이라고만 한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요츠바는 원래 그런 애니까.

말이 서툰 요츠바이지만 행동에는 주저함이 없다. 초인종이란 걸 배우면 바로 눌러보고, ‘신경 꺼’란 말을 들으면 걸려온 전화에 대고 바로 쓰고, ‘지구온난화’라는 괴물을 알고는 에어컨을 자랑하는 아빠를 지구의 적으로 몰아붙인다. 그야말로 천진난만의 대명사이지만, 에피소드마다 무턱대고 뛰어다니는 모양새가 불안하기 그지없다. 에스컬레이터에 끼지 않을까, 그네를 타다 손을 놓쳐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그래도 적당한 유머 감각과 선량함을 함께 지닌 동네 사람들 때문에 안심하게 된다. 특히 예고없는 물총 습격도 훌륭한 연기력으로 받아주는 세 자매 가족 덕분에 확실하게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다.

<아즈망가 대왕>의 후속작이라는 기대만으로 이 만화를 보면 조금 김이 빠질지 모른다. 우선 네칸만화에서 에피소드 연작의 스토리 만화로 바뀌어 톡톡 쏘는 즉각적인 개그가 사라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거기에 치요를 변형한 듯한 요츠바, 여학생 무리의 새로운 양태인 아사기, 후카, 에나 세 자매, 사각 입 변태 선생의 성희롱적인 태도를 살짝 가져왔지만 전체적으로는 담백한 점보 등 전체적으로 <아즈망가>의 답보로 보이는 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즈망가 대왕>의 단답형 유머가 서술형으로 바뀌면서 생활의 뉘앙스가 풍부해졌다는 점은 새로운 매력. 이처럼 담백하고 깔끔한 유머는 요즘 보기 어렵다.

이명석/ 프로젝트 사탕발림 운영 manamana@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