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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불법 복제, 나빠요~

독일영화 제작자, 불법 복제에 선전포고… 영화 관리 철저히 하기로

인터넷을 통한 불법 복제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적재산권 침해, 재정적 손실은 물론 최근 개봉된 <나비효과>의 극장판과 속칭 ‘따오판’의 결말이 판이해 관객이 어리둥절해진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독일에서도 2004년 한해 동안 인터넷을 통해 불법 복제된 영화가 무려 3600만편이라고 한다. 독일 영화계는 이로 인한 피해액이 거의 2조원에 달한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아우성으로만 막을 수 있는 무단복제가 아닌 만큼 구체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으니, 무단복제와 따오판 유통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일단 선전포고는 상당히 조용하게 이루어졌다. 11월 선보인 극장용 캠페인 광고가 그것으로, 귀엽기만 한 꼬마 세명이 아버지를 위해 열심히 <해피버스데이 투유>를 부르고 있다. 감격한 아버지의 표정, 더할 나위 없이 가족적인 생일파티의 한 장면이다. 그러나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형무소. 불법 복제하다 감방 신세를 지게 된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아이들이 면회를 온 것이다.

독일영화 제작자들은 앞으로 무단 복제 사범들을 인터넷 (날)강도라 부르기로 했다. “인터넷 해적”이란 지칭이 너무도 낭만적이고 귀족적이라 죄의식을 갖지 않기 때문이란다.

개봉을 앞둔 필름 운송 역시 007 작전처럼 이루어질 예정. 사례로 올해 독일 최고 흥행작이라는 <우주선 서프라이즈>(사진)를 살펴보자. 이 작품은 시놉시스에서 시나리오 최종본까지 수차례 손질이 가해지는 동안 각각 일련번호를 매겨 극소수 관계자들에게만 전달되었다. 운송과정에서도 철저한 보안이 이뤄졌으니 <우주선 서프라이즈> 필름은 납땜까지 한 특수용기에 넣어져, 제작사가 수신자로 명명한 극장 관계자에게만 직접 배달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도 개봉된 뒤에는 불법 복제의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무단 복제자들의 꼬리를 잡을 수 있는 단서가 있다. 극장별로 비밀코드를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필름에 새겨진, 육안으로는 식별이 안 되는 물결무늬는 불법 복제판이 어느 극장에서 녹화되었나를 알아낼 수 있다. 물론 이런 단서가 불법 복제자의 정체를 파악하는 지름길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이 문제도 간단히 해결될 전망이다. 한 미국 기업이 개발한 ‘Private Eye’라는 적외선 장치가 그것으로, 극장 안에 몰래 켜진 캠코더나 소형녹화기를 적발해내는 기능을 발휘한다. 심지어 팝콘 봉지에 숨겨진 소형복사기까지 발견해낸다는 이 장치는 2005년 중반부터 대량생산에 들어가게 된다.

극장 안에서의 불법 녹화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터넷을 통한 불법 다운로드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도 인터넷 형사들의 수사력은 날로 진보하고 있다. 가장 활발한 유통과정을 추적함으로써 따오판 제공자와 구매자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바이더가 불법거래 과정을 충분 시간 동안 저장하거나, 이들의 계정을 공개해주어야 한다. 따라서 독일 영화계는 프로바이더들에게 위와 같은 의무를 법적으로 부과하기 위해 베를린 정부를 상대로 활발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 베를린=진화영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