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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이어 웃찾사·폭소클럽, 한국코미디 새로운 부흥기 몰고오다

요즘 한국 코미디가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다. 기존 〈개그콘서트〉에 이어 〈웃찾사〉와 〈폭소클럽〉 등 후발 프로그램들이 나름의 빛깔을 뽐내며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오랜만에 유행어의 전성기가 돌아오고, 이들이 빚어내는 웃음이 귀가시간까지 앞당기고 있다고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에스비에스의 〈웃찾사〉다. 11월 중순 이래 가구시청률이 매주 2~3%씩 상승한 결과, 지난 9일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웃찾사〉만의 독특한 ‘웃음’을 선보이며, 지난해 4월부터 달고 다닌 ‘개콘의 아류’라는 별칭을 떼기 시작했다. 한국방송 〈폭소클럽〉도 10%대의 시청률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꾸준히 달려나가고 있다.

이들의 원조격인 한국방송 〈개그콘서트〉도, 몇몇 꼭지들이 식상해지는 등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새 코너를 속속 선보이면서 여전히 앞서가고 있다. 반면, 문화방송 〈코미디 하우스〉는 변화의 적기를 놓쳐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그콘서트〉 〈웃찾사〉 〈폭소클럽〉의 공통점은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점이다. 코미디언 자신의 경험 등을 재담으로 엮어 관객에게 직접 이야기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형식이다. 좀더 들어가면, 세 프로는 각각 서로 다른 특기를 선보인다. 〈개그콘서트〉와 〈웃찾사〉는 ‘스탠드업 코미디’ 중에서도 이야기의 연속성보다는 한 장면에서 끌어내는 순간적인 폭소를 중시하는 ‘스케치 코미디’로 분류되는 반면, 〈폭소클럽〉은 관객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형식의 정통적인 ‘스탠드업 코미디’? 가깝다.

기존 한국 코미디가 주로 이주일, 심형래 등으로 대표되는 ‘슬랩스틱 코미디’나 이야기 중심의 ‘콩트 코미디’였던 데 견줘, 빠른 속도감과 한국적 변용으로 새 옷을 입힌 코미디에 젊은 시청자들 중심으로 열광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코미디 하우스〉는 변형된 ‘콩트 코미디’의 틀을 벗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패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폭소클럽〉의 신상훈 작가는 “‘빠다’를 완전히 빼고 ‘된장과 고추장’을 맛깔나게 발라냈다”며 “미국식 ‘스탠드업 코미디’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지만, 우리의 경우 ‘블랑카’에서 볼 수 있듯, 정철규 자신이 아닌 ‘외국인 노동자인 자신’을 연기하는 차이점이 있고, 이것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웃찾사〉 연출자인 이창태 피디는 “스탠드업 코미디의 빠른 템포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바로바로 돌아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슬랩스틱’이나 ‘콩트’ 형식도 적절히 가미하면서 한국 시청자들 입맛에 맞는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속적인 신인 발굴과 새 꼭지 개발도 큰 구실을 한다. 〈웃찾사〉의 경우, 지난 10월말 가을개편 뒤 지금껏 12개 꼭지 중 3개를 빼고 나머지는 모두 바꿨다. 한꺼번에 바꾸기보다는 매주 한두 꼭지씩 새로 집어넣어, 기존의 코미디언들과 신인들을 적절히 융합하는 효과를 노렸다. 〈개그콘서트〉도 새로운 꼭지들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폭소클럽〉은 ‘록기 앤 루키’라는 신인들의 등용문을 마련해 프로그램의 숨통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코미디 하우스〉는 인지도는 높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물린 얼굴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어, 좋은 반응을 끌어내지 못한다.

가장 성공적인 물갈이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곳은 〈웃찾사〉다. ‘택아’의 윤택과 ‘비둘기 합창단’의 리마리오(이상훈)가 발굴된 신인이라면, ‘그때 그때 달라요’ 등의 컬투(정찬우·김태균)는 기성 코미디언의 자가발전이다. 이들의 조화가 〈웃찾사〉의 성공 동력이다.

이창태 피디는 “연못에 실개천을 만들어 한쪽에선 물이 계속 들어오고 다른 한쪽에선 물이 계속 나가는 구조라면 연못이 썩지 않을 수 있다”며 “한달에 한 꼭지씩은 새로 만들고, 신인 연기자들도 끊임없이 발굴하고 공급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 배경에는 대학로에서 ‘박승대 홀’을 운영하는 박승대 스마일매니아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있다. 박 대표는 〈개그콘서트〉에서 맹활약 중인 박준형 등 ‘갈갈이 패밀리’를 길러낸 데 이어, ‘아이-패밀리’를 〈웃찾사〉에 공급했다. ‘그런 거야’ ‘병아리 유치원’ ‘끔찍이 깜찍이’ 등을 빛내는 코미디언들은 대부분 이미 ‘박승대 홀’에서 연기하며 관객 대상의 실험을 거친 ‘아이-패밀리’다. ‘신선한 물’의 공급원인 ‘박승대 사단’은 내년 제2의 ‘아이-패밀리’ 40여명을 준비하고 있다.

단점도 없지 않다. 시청자들이 빨리 싫증내고 코미디언들이 단명할 수 있다는 것. 이창태 피디는 “정교하고 아이디어적인 개그는 빨리 싫증이 날 수 있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신상훈 작가는 “코미디언들이 ‘롱런’하기 위해선 토크쇼나 시트콤 등을 통해 재충전기를 가질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행어 그 이상의 유행어

그런 거야∼뭡니까 이게…빠져듭니다

코미디 프로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자 결과물은 유행어다. 요즘 최고의 유행어는 뭘까? 개그 듀오 ‘컬투’의 “그때 그때 달라요”와 “쌩뚱맞죠?”부터 김형인의 “그런 거야~”, 윤택의 “뭐야“ 등 <웃찾사>가 만든 유행어들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느끼남’ 리마리오의 수식어인 ‘마가린 버터 3세’와 “본능에 충실해요”, ‘더듬이 춤’과 건망증을 소재로 한 “희한하네”도 빼놓을 수 없다. <폭소클럽>에서 ‘블랑카’ 정철규의 “뭡니까 이게” “사장님 나빠요”는 이미 유행어의 고전이라 할 만하고, <개그콘서트>에서 복학생(유세윤)의 “내 밑으로 다 조용히 햇!”, ‘깜빡 홈쇼핑’ 안어벙(안상태)·김깜빡(김진철)의 “마데인(made in)” “빠져듭니다”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심형래의 “영구없다” 등 한때 유행어 없이 코미디 없던 시절이 돌아왔다. 형식적 특징은 복고적이라 할 만하다. 말의 내용보다는 말투로 승부한다는 점이 그렇다. 김병조의 “지구를 떠나거라~“가 정찬우의 “그때 그때 달라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폭소클럽>의 신상훈 작가는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중반까지 심형래나 김형곤 등이 만들어낸 유행어가 주로 대사의 ‘톤’을 가지고 하던 것이었다”며 “글로 읽으면 하나도 웃기지 않은 것이 ‘톤 장난’을 통해 새로운 웃음을 만들어 낸다”고 풀이했다.

유행어 이면엔 기존 사회의 틀을 깨는 재미도 엿보인다. 컬투의 “그때 그때 달라요”와 안어벙의 “마데인” 등은 마음대로 영어를 읽고 푼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영어 열풍에 대한 조소와 반전이 이뤄진다. “사장님 나빠요”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관념을 적나라하게 파괴하고, 윤택의 “내돈”과 리마리오의 “본능…”은 기성 세대의 허위의식을 풍자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