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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희망의 불씨, 다큐멘터리

문화방송이 총체적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때 ‘왕국’으로 불렸던 드라마 분야의 침체가 두드러진다. 2002~2003년 〈네멋대로 해라〉와 〈다모〉 〈대장금〉 등을 잇따라 방영하며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온 생동감을 소진한 듯, 작품성과 흥행 어느 쪽에서도 뚜렷한 전망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최근 ‘뉴스 보수·수구화’ 논란에 휩싸인 보도 분야의 정체성 위기도 심각한 상태다. 90년대 중반까지 뉴스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던 〈뉴스데스크〉가 시청률에서 10% 가까이 한국방송 〈케이비에스 뉴스 9〉에 뒤처진 지도 제법 오래됐다.

상황은 예능 쪽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선전하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 돌아온 〈!느낌표〉(사진)가 포진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문화방송의 유일한 코미디 프로그램인 〈코미디하우스〉는 〈개그콘서트〉나 〈폭소클럽〉 〈웃찾사〉 등 코미디의 새로운 흐름에 좀체 적응하지 못한 채 고답적인 상황극 중심으로 시청자 눈길 붙잡기에 실패하고 있다. 토크쇼에서도 문화방송의 특성이 드러나는 성공작은 잘 꼽히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서도 아직 펄떡이는 박동이 느껴지는 분야가 남아 있다는 것은 ‘행운’에 속한다. 그것은 아직 희망의 등대가 꺼지지 않았다는 증표이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가 그 활력의 진원지라는 점은 약간 뜻밖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문화방송도 사람 이야기와 진보적 의제설정, 환경 다큐 등에서 강점을 인정받아 왔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다큐멘터리의 축이 거대한 규모를 앞세운 한국방송 쪽으로 기운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기 때문이다. 〈역사스페셜〉과 〈환경스페셜〉 〈일요스페셜〉 등 3대 스페셜을 앞세운 한국방송의 파상공세는, 지난해 〈한국사회를 말한다〉 〈인물현대사〉 등 ‘개혁’ 다큐 프로그램의 파급력까지 가세하며 한층 강력해진 바 있다. 문화방송 다큐멘터리의 전통적 강점은 잘 드러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문화방송 다큐 프로그램들은 이런 수세·방어에서 벗어나 적극적 공세로 돌아선 느낌이다. 창사특집 5부작 〈중동〉은 깊이있는 시각으로 국제적 쟁점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역시 창사특집 2부작 〈빙하〉는 문화방송 다큐의 ‘규모’ 콤플렉스를 떨쳐낸 대형 기획이었다. 전통적 강점 또한 빛을 내고 있다. 지난달 방영된 〈출가〉 2부작은 사람 이야기의 잔잔한 감동을 내레이션 없는 형식실험을 통해 극대화했다. 12일 방영된 〈엠비시 스페셜〉 ‘기억의 황혼’은 치매 노인의 삶을 사실적으로 포착함으로써, 사실 그 자체가 감동을 부르고 나아가 사회적 의미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다큐의 전형성을 충실히 드러냈다.

다큐멘터리가 문화방송 희망의 받침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다큐멘터리는 ‘상업적 공영방송’ 문화방송의 공익적 가치지향을 대변하는 장르다. 그것은 시대의 역동적인 흐름과 사람의 삶을 가장 꾸밈없이 감동적으로 포착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어쩌면 거기에 지금 문화방송의 침체를 풀어갈 실마리가 담긴 것은 아닐까? 때마침 공익적 오락프로를 표방하는 〈!느낌표〉가 호응 속에 돌아왔다. ‘엠비시 재건’의 시너지가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