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레더블>은 지난 11월5일 미국에서 개봉해 첫주 707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니모를 찾아서>가 지난해에 세운 개봉주 성적을 40만달러 넘어섰고, 2위를 차지한 레이 찰스의 전기영화 <레이>와는 약 5700만달러의 수익차를 냈다. 그 다음주에 개봉한 로버트 저메키스의 <폴라 익스프레스>도 <인크레더블>의 위력을 감잡지 못했다. 픽사나 디즈니나 이 애니메이션이 분명 잘될 거라 예상했겠지만 이 정도까지 폭발해주리라 믿었을지는 모르겠다. 실사영화가 배우와 감독의 네임밸류를 팔아먹을 수 있다 치면 <인크레더블>한텐 ‘<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의 픽사 스튜디오 신작!’ 정도가 홍보에 써먹을 수 있는 가장 섹시한 문구였다. 여기에다빨간 옷을 입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중년의 히어로와 그의 가족들을 내세운 <인크레더블>은 개봉 5주째까지 2억2500만달러가 넘는 돈을 쓸어갔다.
이 흥행작이 가진 요소요소들은 모두 순수한 재미와 감동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다. 히어로가 나온다니까 액션, 히어로 가족이 나온다니까 따뜻한 가족애, 이들이 모두 기분 좋게 웃고 있으니까 밝은 분위기. 악당의 복수심은 뚜렷하고, 그에 맞선 슈퍼히어로 가족의 능력은 통쾌하다. 곳곳의 세트는 <몬스터 주식회사>보다 화려하며, 미국 중산층을 모델로 삼은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가족애는 소박하고 짠한 우정에 눈높이를 맞췄던 <니모를 찾아서>의 정서보다 심플하다. 슈퍼히어로를 은퇴한 주인공의 갑갑한 삶과, 슈퍼히어로를 미치게 동경하던 소년의 눈빛과, 슈퍼히어로가 될 재능을 타고난 아이들의 예민한 불만 따위는 잔가지들이다. “모든 사람은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어. 그리고 그렇게 되면 아무도 슈퍼히어로가 아니게 되는 거야!”처럼 의미심장한 대사들은 스트레이트로 뻗는 재미의 질주 옆으로 휙휙 지나쳐 간다.
<인크레더블>은 괜한 빅히트작이 아니다. 악당을 처치하고 가족들이 화해함으로써 이야기의 매듭도 확실하게 짓고 마는 <인크레더블>은 두 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 가뿐하게 여겨질 애니메이션이다. 우리가 영화라는 대상에서 기대하는 순수한 재미 그리고 사람을 안도시키는 감동. <인크레더블>은 이 둘을 에누리 없이 충족시킨다. 바꿔 말하면 그외의 것을 상상할 경우 당신의 깊고 심오한 기대감은 허전하게 남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