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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의 본류, <기타노 다케시 컬렉션>

<기타노 다케시 컬렉션>

감독 기타노 다케시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일본어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엔터원

<3-4X10월> 3-4X10月1990년 l 97분<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あの夏, いちばん靜かな海1991년 l 100분<모두 하고 있습니까> みんな~やってるか!1995년 l 108분

인기 연예인 기타노 다케시가 영화연출을 시작한 사연은 해프닝이었으나 돌아보면 그것은 영화가 맞이한 축복이었다. 이 말이 의심스럽다면 기타노의 영화를 자막없이 보라. 막막한 표정과 침묵, 한 자락 미소 그리고 끝없는 바다와 아득한 소리 앞에 모든 대사는 효용을 잃게 되고, 그 순간 기타노 다케시는 찰리 채플린과 자크 타티가 두고 간 시간을 이어붙인다. 기타노 영화의 화두는 죽음과 유희이며, 종종 등장하는 오키나와란 공간은 두 세계- 몰락과 퇴폐 대 지상낙원- 의 이중적 표상으로 기능한다. 데뷔작 <그 남자 흉포하다>부터 <모두 하고 있습니까>에 이르는 다섯 작품의 주인공은 비극이건 코미디이건 상관없이 모두 죽음을 맞이하다가 감독 자신이 교통사고로 사선을 넘은 뒤 만든 <키즈리턴>에서야 일단 멈춘다. 그런데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는 죄지은 자의 운명적 결말이란 주제를 다룰 때에도 아벨 페라라의 것과 달리 초월의 정서를 보여준다. 그의 영화가 삶과 죽음의 단절 너머 삶에 대한 긍정에 다다르고 넉넉함을 잃지 않는 건 삶에 유희의 힘이 부가될 때다. 주인공에게 닥칠 죽음은 각자 노니는 유희- 불꽃놀이, 야구, 서핑과 카섹스- 와 공존하기에 단순한 비극을 뛰어넘는 바 그 정점은 피의 결투로 시작해 환희 가득한 군무로 끝나는 <자토이치>에서 이루어진다.

초기 대표작 <소나티네>의 앞뒤에 위치한 세편의 영화가 <기타노 다케시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출시됐다. 야구경기 도중 화장실에서 꾸는 백일몽 <3-4X10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청소부와 연인과 바다가 들려주는 애가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카섹스를 꿈꾸다 파리인간이 되는 바보 이야기 <모두 하고 있습니까>는 그의 최고 걸작은 아닐지 모르지만 액션, 갱스터, 드라마, SF, 코미디, 로망포르노를 넘나드는 다양함과 아웃사이더를 감싸안는 시선 속에서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본류가 흘러나온다(<모두 하고 있습니까> 속에 이미 등장하는 <자토이치> 장면은 시간의 경과로 인해 즐거움을 더하는 경우다). 유머를 잃은 <브라더>나 형식미에 빠진 <돌스>로부터 기타노가 돌아올 힘을 얻는 곳은 바로 그곳이다. 기타노 다케시의 근작과 달리 초기 작품들의 DVD는 수수한 외모를 보여준다. 평범한 음질에 비해 화질은 조금씩 모자라지만 기타노의 푸른 바다를 감상하기에 크게 부족함이 없다. 별다른 부록이 없는 가운데 <모두 하고 있습니까>에 수록된 ‘또 다른 결말’이 재미있다. 도쿄타워가 그려진 영화 포스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우스개용 결말이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