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나무의 햇살> El Sol del Membrillo
1992년
감독 빅토르 에리세
상영시간 134분
화면포맷 1.33:1 풀스크린
음성포맷 DD 2.0 스페인어
자막 영어, 프랑스어
출시사 로즈버드(스페인, 2장)
<라인 킹: 알 허쉬펠트 이야기> Line King: The Al Hirschfeld Story
1996년
감독 수잔 드레푸스
상영시간 86분
화면포맷 1.33:1 풀스크린
음성포맷 DD 2.0 영어
자막 무자막
출시사 HVE(미국)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데 끊임없이 영화를 양산하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상사병이 날 지경인데도 쉽사리 차기작을 보여주지 않는 감독이 있다. 빅토르 에리세는 과작감독이다. 30년간 3편의 장편만을 만들고서 거장 소릴 듣는다. 그나마 2년 전 <텐미니츠 트럼펫>에 포함된 <생명선>을 통해 가까스로 갈증을 모면할 수 있었는데 그가 왜 작품연출에 인색한지 <모과나무의 햇살>을 보면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안토니오 로페즈 가르시아 역시 과작으로 유명한 사실주의 화가다. 가르시아에게 그림이란 어느 시점에 붓을 놓을 수 있는 것이지 결코 완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에리세는 그런 가르시아를 14년간 카메라에 담아왔다(DVD에는 가르시아의 14년간의 활동을 29분 동안 담은 단편이 담겨 있다. 결국 에리세는 최근까지 카메라를 놓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모과열매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모과나무를 그려야 하는 화가를 통하여 에리세는 영화와 인생을 정의내리고자 한다. 완성된 작품보다 창작과정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가르시아는 사진을 베끼기보단 실물을 곁에 두고 그림으로써 그림과 인생을 동시에 채워나간다. 그건 에리세도 마찬가지다. 기다릴 줄 아는 이 예술가는 시간으로부터 자유롭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몇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걸어가는가에 있다. 사실감을 위해 옵스큐라를 사용하진 않지만 가르시아는 요하네스 베르메르 못지않은 장치들을 가지고 그림들을 수개월간 그려낸다. 그렇기에 그의 대상물은 대부분 정지된 상태에 있다.
반면 움직이는 대상을 단시간에 그려내는 작가들도 있다. <알라딘>과 <환타지아 2000> DVD 부록을 유심히 보았다면 알 허쉬펠트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환타지아 2000> 중 <랩소디 인 블루>와 알라딘 캐릭터는 에릭 골드버그에 의하여 알 허쉬펠트풍으로 그려진 것들이다. <뉴욕타임스>에서 수십년동안 배우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온 허쉬펠트는 자신의 그림 속에 운동과 시간을 담으려 한다. 어려서부터 워너나 셀즈닉영화사에서 일했던 그의 전기는 셀즈닉의 아들과 결혼한 수잔 드레푸스 감독에 의하여 다큐멘터리로 남았다.
전혀 다른 화풍을 보여주는 두편의 다큐 중 <모과나무의 햇살>을 통해선 영화의 본질과 기원까지 거슬러올라가는 경험을, <라인 킹…>에선 배우들의 복잡한 성격을 단순화된 선으로 바라보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스페인에서 최근 출시된 <모과나무의 햇살> DVD는 일본판에 비해 화질은 떨어지나 부록까지 완벽하게 영어를 지원한다. <라인 킹…> DVD에는 폴 뉴먼을 그리는 허쉬펠트의 모습이 부록으로 담겼는데 숨은그림찾기처럼 언제나 그려넣는 딸 이름 니나(Nina)가 3개 포함되었으니 찾아보시라.
조성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