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팝콘&콜라] 최고를 지향하는 영화상, 권위와는 거리먼 까닭은

영화가 가장 보편적인 오락거리이자 대중예술이 된 나라들은 저마다 자국 영화에 수여하는 대표적인 시상제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아카데미, 프랑스의 세자르, 대만과 홍콩, 올해부터는 중국까지 아우르는 중화권의 금마장상 같은 것이다. 영화시장의 성장 규모와 세계적인 인지도로 따지면 우리나라도 하나쯤 있을 법한데 과연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최근 제25회 청룡영화상과 제3회 대한민국영화대상이 며칠 사이로 열렸다. 청룡영화상에서는 <실미도>(사진)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고,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는 <올드보이>가 예년의 수상작들과 마찬가지로 주요부문 5개에서 ‘몰아주기’ 수상을 했다. 이 두 영화상과 6월에 열리는 대종상은 국내의 3대 영화상으로 꼽힌다. 이유는? 각각 KBS, MBC, SBS라는 국내 ‘3대’ 방송사에서 중계를 한다는 점 이외에는 해답을 찾기 힘들다. 세 영화상은 모두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와 공정성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다. 결과는 올해처럼 언제나 세 영화상이 판이하다. 그렇다고 세 영화상이 서로 다른 개성과 작품성을 추구하느냐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작품성이라는 계량화할 수 없는 기준으로 영화들을 줄세우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또한 자국영화를 대표하는 영화상이 꼭 하나일 필요도 없다. 미국에도 아카데미 뿐 아니라 골든글로브가 있고, 뉴욕비평가협회상, 전미비평가협회상 등이 있다. 비평가협회상은 다른 상에 비해 흥행성보다는 작품성에 좀 더 치중하는 차이점을 드러내면서도 이 상은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또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인식된다. 각자의 색깔을 구별하면서 서로의 권위를 인정해 주는 식이다. 그런데 우리의 영화상들은 각자 최고를 지향한다고 하면서 왜 그에 상응하는 권위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걸까? 권위와 차별성이 없는 영화상은 집안 잔치처럼 열리는 각 방송사의 연말 연기자 대상 시상식을 떠올리게 한다. 받아서 나쁠 게 없지만 못받아도 아쉬울 것 없다는 게 영화인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올해 대한민국영화대상의 작품상 후보에는 <송환>과 <선택>이 올랐다. 의외의 선택이라 말도 많았지만 다른 영화상들과 구별짓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도 모았다. 하지만 일반 네티즌을 비롯한 1000명의 심사위원단이 투표하는 결과에서는 아니나 다를까 결선에 들지 못했다. 시상식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또 어땠을까? 보통 수상 결과에 대한 논란이 오르내리기 마련인 영화상 홈페이지는 가수 비의 시상식 축하공연에 관한 ‘논란’으로 가득 찼다. 이날 영화상의 진짜 주인공은 영화가 아니라 가수 비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