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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 · 리마리오의 콧수염 기존 남성성을 깨고 날다

짙게 기른 코밑 수염에 폭탄이라도 맞은 듯 부푼 ‘파마 머리’와 건장한 체격. 우선 우스꽝스런 외모가 눈길을 끈다. 그런데 한 박자 느린 몸짓과 천천히 더듬거리는 둔한 목소리가 한 순간 긴장을 깬다. “뭐야 뭐야 뭐야~.”

또 다른 콧수염도 있다. 그러나 진한 쌍꺼풀에 길게 길러 묶은 머리 하며, 반짝 거리는 현란한 무늬의 블라우스는 뭔가 모르게 중성적인 냄새를 풍긴다. ‘마가린 버터 3세’라고 자신을 소개하곤 갑자기 라틴풍 음악이 튀어나오면 엉거주춤 손을 들고 무대 위를 오가며 어설픈 춤을 춘다. 일명 ‘더듬이 춤’이란다.

요즘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에스비에스 개그 프로 <웃찾사>의 두 주역이다. 앞의 파마머리는 ‘택아’와 ‘뭐야’라는 두 꼭지의 주인공 윤택(27)이고, 뒤의 긴 머리는 ‘비둘기 합창단’에 나오는 리마리오(33·본명 이상훈)다. 윤택이나 리마리오까진 몰라도 ‘뭐야’나 ‘더듬이 춤’ 정도는 알아야 요즘 어디 가서 말이 통한단다. 모른다면? “뒤떨어졌다”는 야유 한마디 들을 각오는 해야할 듯 싶다.

이렇게 최첨단 유행을 이끄는 윤택이나 리마리오의 개그는 기존 것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좀더 깊이 들어가 보면 풍자와 해학의 냄새마저 풍기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우선 윤택. 모든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느리거나 엉뚱하다. 점잖은 풍모를 내비치는 수염 탓일까, 한 대 맞은 뒤 반작용은 2~3초 뒤에 온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똑같은 대답만 반복한다. “뭐야 뭐야 뭐야~.”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내 돈, 내 돈, 내 돈”에 대한 집착이 한없다. 누가 뭐래도 자기 말만 하며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돈까지 무진장으로 밝힌다.

리마리오는 어떤가. 기름기 좔좔 흐르는 얼굴에 느끼한 웃음을 시종일관 잃지 않는 이 ‘느끼남’은 여장 남자보다는 남장 여자에 가까워보인다. 잘 정돈된 수염을 가리진 않지만, 곱게 빗어 넘겨 단정히 묶은 머리와 과장된 듯 다소곳한 몸짓이 그렇다. 기존 느끼남에 대한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깨져버린다.

윤택과 리마리오의 ‘수염’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한번에 드러낸다. 윤택의 수염은 부풀려진 머리처럼 남성성을 과장한다. 일방적인 의사소통에 익숙하고 시대적인 변화에 역행하며 느린 반응에 익숙한 기득권 남성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 리마리오의 수염은 가리지 못한 혹은 마지막 흔적으로서의 남성성인 듯, 결국 감추지 못함으로 그 존재를 인정케 하지만, 그밖에 모든 것, 외모, 말투, 옷차림, 몸짓으로 수염을 배반하고 저항한다.

결국 윤택이나 리마리오는 기존 남성성을 과장하거나 배반함으로 기존 사회와 정치에 대한 풍자와 해학에 성공하고 있다. 윤택이나 리마리오에 대한 첫 반응이 “저게 뭐지?“엄청 느끼하네” 임에도, 젊은 남성들과 그보다 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웃음으로 푹 빠져들게 되는 이유도 여기 있는 듯 보인다. <웃찾사>의 아빠 뻘은 되는 한국방송 <개콘>이 긴장하는 까닭도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