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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다중인격…장관직 수행도 내 역”

이창동 전 문화부장관 퇴임뒤‘씨네21’서 첫 인터뷰

“산에 오르기 전엔 산 정상에 있으면 대단한 게 있을 것 같지만 올라가 보면 대단한 게 없다. 장관 되면 상당한 고급 정보를 접하고 관리하고 또 책임의 하중이 매우 큰 일을 한다는 정도가 다를 뿐, 책상에 앉아서 글쓰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내 내면의 풍경인데 상처입거나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한다.”

지난 3월 퇴임한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이 영화주간지 〈씨네21〉(481호, 12월5일 발행)과 퇴임후 첫 인터뷰를 했다. 소설가 조선희씨와 대담 형식으로 이뤄진 이 인터뷰에서 이 전 장관은 “다른 것들을 비판하기 힘들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장관직을 맡은 데 따른 “내면의 변질”을 빼고는 장관직 수행전과 후에 심경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장관이라는 말이 아직도 어색하다. 장관을 하면 내가 앞으로 영화를 만들건, 글을 쓰건 내 말을 하는 데 상당한 장애가 될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무슨 소리든 다 했는데 자리를 맡으면 내가 다른 것을 비판하기 힘들어지지 않겠는가. 그게 장관직을 안 맡으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 점에서 내 내면에 깊은 변질이 가해졌다. 그 정도이다.” 이 전 장관은 “바깥에서 보기에 내 인생엔 추락이 없을지 모르지만 그냥 운이 좋아서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인생”이라며 “내 내면으로 보면 이미 예전에 추락을 해 그냥 그 상태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작가는 기본적으로 속에 분열을 갖고 있다고 본다, 영화감독도 굉장히 많은 다중인격적인 게 있다”면서 “내 속에 그런 것도 있을 테니까 장관도 내 역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느낌과 관련해 이 전 장관은 “안에 들어가 보니까 이 정부의 구성원들, 정권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성향이 많았다”고 말했다. “권력을 싫어하는 성향. 그런데 바깥에서는 그렇게 안 보지. 자기들 눈으로 보니까. 어쨌든 권력에 대한 생각까지도 바뀐 사람들이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가 변화해가는 중요한 징표가 아닐까.” 그는 또 장관직을 그만 둔 뒤 외부인들의 시선이 불편해졌다고 전했다. “영화계 사람들은 괜찮다. 나를 다르게 보지 않는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나를 관찰, 비판할 준비가 돼 있는 것같다. 그 눈길이 부담스럽다. 공직을 하기 전에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별로 신경 안 썼다. 그만큼 자유로웠던 건데 이번엔 좀 다르다. 사람들의 시선에 일상적으로 굉장히 예민하게 찔린다.”

그는 재직하면서 앞으로 문화관광부가 실행해야 할 정책 방향과 일정 등을 전화번호부 두께의 책 두 권으로 정리해놓았으며, 스크린쿼터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제시했던 3원칙(한국 영화 시장 점유율 추락시 원상 회복 조건으로 쿼터 일수 축소)이 여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준비중인 다음 영화의 제목은 〈밀양〉. “환경이 아름답지도 않고 굉장히 속물화된 소도시의 여자가 주인공이다. 그 여자는 심하게 고통받는다. 그럴 때 그의 삶을 무엇이 구원해주느냐, 하는 질문을 하는 거다. 영화가 그것을, 그 질문을 드러낼 수 있냐는 문제까지 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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