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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우정, 선택의 기로에 놓인 세 남녀, <유리화>

이동건, 김하늘, 김성수 주연의 수·목 드라마 <유리화>

<유리화> SBS 수·목 밤 9시55분

대형 드라마들이 쏟아지고 있다. 출연배우의 면면이나 제작비 규모 면에서도 그렇지만 요즘은 해외 로케가 필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호주,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는 미국, <해신>은 중국에서 드라마의 일부분을 촬영하고 돌아왔다. 송승헌의 병역비리로 더 유명세를 탄 내년 1월에 방영될 드라마 <슬픈 연가>도 알려진 대로 미국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이 밖에도 <눈꽃> <홍콩 익스프레스>(가제) 등 내년에 시청자에게 선보일 드라마 중에서도 해외 로케를 계획하고 있는 드라마가 꽤 많다. 이런 현상에는 국내 시청자에게 이국적인 볼거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뜨겁게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12월1일부터 방영될 SBS 수·목 드라마 <유리화>도 그런 계산하에 만들어진 작품 중 하나다.

<유리화> 또한 제작단계부터 숱한 화제를 몰고다녔다. 이 작품은 국내 방영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도 방송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지난 11월4일부터 2주 동안 일본 고베에서 촬영을 마치고 돌아왔다. 드라마 초반에 고베의 아름다운 항구와 거리가 배경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1995년 대지진 뒤 재건된 고베 거리는 유럽식 건축 양식을 차용했기 때문에 이국적인 풍광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지난 9일에는 국내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일본에서 제작발표회를 갖기도 했다. 이날 현지 기자들의 열띤 취재 경쟁으로 <유리화>의 한·일 양국 인기몰이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제목 ‘유리화’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뜻한다. 연출을 맡은 이창순 PD는 “여러 색의 유리가 섞여 하나의 형상을 이루듯 서로 다른 색을 지닌 세 사람이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의 ‘묶음’이라는 점을 표현하겠다”고 밝혔다. <유리화>는 어린 시절부터 삼총사로 지내며 함께 미래를 약속한 세 남녀에 얽힌 이야기. 동주(이동건)가 지수(김하늘)의 오카리나(흙으로 만든 폐관악기)를 찾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다가 실종되자 둘만 남은 지수와 기태(김성수)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다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어느 날 죽은 줄만 알았던 동주가 그들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세 사람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게 된다. 게다가 지수를 버린 친아버지가 동주의 양아버지임이 밝혀지면서 세 사람의 갈등은 더욱 커진다.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영상미를 추구해온 이창순 PD와 지난 겨울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억지스러운 내용 전개로 많은 비난을 받은 <천국의 계단>의 박혜경 작가가 처음 호흡을 맞춘 이 드라마가 어떤 빛깔의 작품이 될지도 관심거리.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 등 진부한 소재가 등장하는 것도 우려스러운 점 중 하나다. 이 PD는 “20부작이라는 긴 분량을 채우려면 그런 양념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사랑의 삼각구도뿐 아니라 두 남자친구의 애증 관계에도 초점을 맞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리화>가 기대를 모으는 데는 최근 상종가를 치고 있는 주연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빼놓을 수 없다. 2002년 여름 <로망스>에 출연한 이후 영화에만 전념해온 김하늘이 1년 반 만에 지수 역으로 드라마에 돌아왔다. 잡지사 사진기자인 지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항상 밝고 명랑한 캐릭터. 드라마 초반에는 코믹한 면이 많이 부각되지만 동주를 다시 만나면서 본격적인 멜로 연기를 펼치게 된다. 멜로 배우로 자리매김하다 영화를 통해 코믹한 이미지를 쌓아온 김하늘은 “멜로 연기를 할 때 푹 빠져드는 느낌이 좋아 출연하게 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동주와 기태 역은 이동건과 김성수가 각각 연기한다. 동주는 어릴 적 사고로 실종된 뒤 일본인 부부에게 입양돼 야마모토 유이치라는 이름으로 일본 기업의 후계자로 자라는 인물. 기태 또한 재벌가의 사생아로 회사의 중책을 맡게 되어 동주와는 사업과 사랑을 두고 숙명의 대결을 펼치게 된다. <파리의 연인>의 윤수혁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동건은 “당분간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시놉시스를 보는 순간 이 작품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했고 <풀하우스>로 인기가 급상승한 김성수 또한 “<풀하우스>에서 부족했던 2%를 이 작품으로 채우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세 주인공 외에 일본에서 ‘제2의 기무라 다쿠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꽃미남 스타 가네코 노보루와 일본의 중견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의 모습도 볼 수 있으며 유민, 심지호, 노주현, 이응경 등도 출연한다.

46억원이라는 거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유리화>가 명성에 걸맞은 성공을 거둘지는 알 수 없다. ‘한류 열풍’을 등에 업고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분명히 작용하고 있지만 치솟는 제작비와 뻔한 스토리, 구태의연한 제작 시스템이 오히려 드라마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한 간접광고는 드라마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고 새로울 것 없는 단골 소재들은 드라마를 식상하게 만들 수도 있다. 기대하고 있는 해외시장 판매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우려를 딛고 <유리화>가 또 하나의 ‘신화’를 낳을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피소현/ <스카이라이프> 기자 plavel@hani.co.kr

이창순 PD 인터뷰

“남자들의 관계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유리화>에서는 <애인> <눈사람> 등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서정적인 영상미가 두드러지지 않는 것 같다.

그동안 난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작품을 마음껏 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제작 시스템은 내 고집대로만 연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주어진 시놉시스로 작품을 만든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기획과 캐스팅이 어느 정도 돼 있는 상황에서 합류했다. 시청률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사건에 연연하지 않고 차근차근 인물의 감정을 좇아가는 멜로를 좋아하는데 시청자가 그걸 기다려주지 못하는 것 같다.

<천국의 계단>을 쓴 박혜경 작가도 이창순 PD와 맞는 색깔은 아닌 것 같은데.

새로운 작가와 일하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다. 오히려 내가 배우는 점도 많다. 어머니가 <천국의 계단>을 재밌게 보셨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드라마는 시청자를 즐겁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진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나.

일본 촬영분은 초반 2부뿐이다. <유리화>가 일본 공략의 첨병인 것처럼 소개돼서 부담스럽다. 일본에서 어떻게 보여질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찍어서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지 않나? 일본 촬영을 하느라 오히려 제작일정이 촉박해졌다. 일본시장을 고려한 수익구조 때문에 기획단계에서 결정된 것일 뿐이다. 오히려 일본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 정서가 부담돼 일본어가 나오는 부분을 최소화했다.

<유리화>에서 집중해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남자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데 욕심을 내고 싶다. 우정이 사랑 앞에서 애증이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집착 같은 애정이랄까, 동성애와는 또 다른 동주와 기태의 관계에 대해 공을 들이자고 작가와도 이야기했다. 시청률에는 도움이 안 되겠지만 그래야 이 드라마가 사랑싸움만 하는 것을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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