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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야심만만> 이대로 괜찮은가?

“공원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어요. 누나가 다가오면서 우선 입술을 맞췄고, ‘떨지 말고 입을 살짝 벌려봐’ 하더라고요.” “남자가 연상이면 여자를 힘으로 밀죠. 여자 같은 경우는 자연스럽게 ….” “그러니까 (남자의) 힘의 문제다 그거죠?”

지상파 방송의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들이 가감없이 쏟아져 나왔다. 저질스런 대화와 여성 비하적, 성폭력적인 발언으로 많은 시청자들이 불쾌감을 느꼈으나, 출연한 연예인들은 개인적인 모임인 듯 거침없는 모습이었다. 지난 29일 밤 11시께 에스비에스에서 방송된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에서 벌어진 일이다. 최근 에스비에스 〈일요일이 좋다〉의 ‘당연하지’ 게임이 외모 비하, 언어폭력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 더해, 에스비에스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률만을 의식하면서 선정성 측면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날 〈야심만만〉에서는 사회자로 출연한 강호동, 박수홍과 패널로 나온 김성수, 염정아, 이지훈, 윤계상, 김민정 등이 ‘남자가 자신을 순진하지 않다고 느끼는 계기’를 두고 벌인 대담에서 이런 저질 발언들을 늘어놨다.

주로 남녀간의 입맞춤과 속옷을 화제로 벌인 농담 수준의 발언들이 선정성에서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출연자들은 “여자 경험이 더 많다”거나 “여자들은 키스 자체를 즐기고, 남자들은 키스는 한 단계일 뿐이고 (더 나아간) 다른 것들을 생각한다”는 등 여성 비하적이고 성폭력적인 발언들을 내놨다. 특히 남자 누드가 화제일 때, 강호동은 김민정에게 “어린 시절에 저 씨름하는 거 봤어요? 아 정말 건강하다, 체격 좋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라며 성추행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밖에도 ‘처음으로 외박했을 때’ ‘첫 경험’ 등 성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말도 쏟아져 나왔다.

일부 시청자들은 게시판에 항의글을 올렸다. “요즘은 방송 내용의 수위가 점점 저질화돼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들도 많이 보는데 눈살 찌푸려지는 내용이 많아지는 것 같아 유감입니다.”(김주영) “내용이 점점 저질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의도적인 선정적 설정과 게스트의 듣기 거북한 가식적인 이야기들 ….”(이재희)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의 윤혜란 사무국장은 “〈야심만만〉이 연애나 사랑을 둘러싼 심리를 끄집어내는 재미가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남자는 터프하다’는 등 남성성을 통해 애정 표현을 이야기하는 식의 성폭력적인 심리묘사가 주를 이룬다”며 “방송사의 심의팀에서 걸러져야 할 것들도 피디의 창작권, 편집권 등을 이유로 통과가 되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에스비에스 심의팀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의 맥을 끊을 수 없고, 전체적인 편집을 고려해 출연자들의 애드리브 등을 삭제할 수 없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아이들이 티브이를 보지 않는 밤 시간대라는 점도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연출 윤선주 피디는 “주제 탓에 개인의 솔직한 경험담이 평소에 비해 과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비도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이야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