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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 드라마 시청률 1%의 힘!

[TV 다시보기] EBS <명동백작>

한국에서 시청률 1%에 불과한 드라마가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방송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대부분 설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놀라운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교육방송 문화사 시리즈 제1편 <명동백작>(정하연 극본, 이창용·남내원 연출)이 지난 28일 24부로 막을 내리기까지 두 달 보름간 ‘저지른 일’이다. 그러나 <명동백작>의 시청률 1%는 웬만한 지상파 트렌디 드라마의 시청률 50%보다 더 묵직하고 내실있는 수치다. 게다가 교육방송의 평균 시청률이 0.5%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함의가 달라진다. 대개 삼각관계와 재벌 2세라는 열쇠말로 상징되는 다른 드라마들이 이 시대 시청자들의 ‘패스트 푸드’라면, 1950~60년대 예술인들을 통해 근대 문화사를 재조명한 <명동백작>은 ‘유기농 음식’이라 할 만하기 때문이다.

<명동백작>은 1950년대 서울 명동을 중심으로 예술 활동을 벌인 당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펼쳤다.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명동백작’이라 불렸던 이봉구를 중심으로, 요절한 작가 전혜린, 시인 김수영과 박인환, 낭만파 건달 이화룡 등이 작가의 정밀한 묘사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었다. 특히 이진우(김수영), 차광수(박인환), 박철호(이봉구), 박영지(오상순), 김성령(김현경), 안정훈(김관식), 최상훈(이화룡), 강태기(이중섭), 이영후(서정주), 이재은(전혜린)과 해설을 맡은 정보석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다른 방송사 출연료의 절반만을 받으면서 출연해 뛰어난 연기를 선보여 찬사를 받았다.

덕분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폭넓은 나이 대의 시청자들이 게시판에 많은 의견을 올렸다. “불륜과 삼각관계만 난무하는 요즘 드라마에 신물이 나 드라마를 잘 안 보게 되었는데, 정말 보기 드문 좋은 작품이었다. 후속 시리즈에도 기대 걸겠다”(아이디 creamchiz)는 등 참신함을 칭찬하는 글이 가장 많았다. 한국 근대사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소감도 주류를 이뤘다. 한 시청자(아이디 zoa0830)는 “60년대에 살아보지 못했지만 그 격동의 시대가 참 궁금했던 젊은이”라며 “문인들로 하여 그 시대를 조금이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훌륭한 프로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좋은 프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글을 남겼다.

아쉬운 점도 일부 있었다. 촬영 세트의 어색함이나 시대적 고증의 부족함이 지적됐다. 그리고 드라마 중간에 인터뷰들이 들어가 드라마 몰입을 막고 흐름을 끊는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사실 전달의 적절한 방법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명동백작> 제작진은 “다른 방송의 사극 제작비의 절반만을 가지고 촬영에 임해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대부분은 <명동백작>에 대해 어려운 제작 여건 속에서 유익하고 교육적인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이같은 의미있는 작업을 지속적인 발전 속에 이어가길 바란다는 애정어린 요구를 아끼지 않았다.

문화사 시리즈 2편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로 다음달 초 방송되며, 시리즈 3편은 60년대를 배경으로 소설가 김승옥, 시인 김지하, 가수 이미자, 신중현 등을 다룬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