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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원주민 탄압 역사를 듣는다, <토끼울타리>

<토끼울타리> Rabbit-Proof Fence

2002년

감독 필립 노이스

상영시간 94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파라마운트(1장)

오디오 코멘터리를 하지 않는 감독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아주 열성적으로 입담과 해설을 과시하는 감독들도 있다. 어느 쪽이든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DVD를 보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를 원하는 쪽일 게다. 그러한 의미에서 <토끼울타리> 같은 영화는 음성 해설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닐까 한다.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호주라는 나라의 특성과 역사에 대해 조금은 사전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 다행히 필립 노이스 감독은 이 가슴 아픈 실화를 활자로 옮긴 원작자와 작곡가, 각본가와 함께 차분한 어조로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말하기 시작한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긴급명령>이나 <본 콜렉터> 같은 전력 때문에 할리우드의 충실한 장인 정도로 알려진 그이기에, 호주 출신인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문제의식이 1930년대 원주민 탄압을 다룬 이 영화와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해설의 구성 역시 상당히 뛰어나다. 장면 하나하나를 짚어가면서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아우트라인’을 준비한 상황에서 작품 외적인 이야기로부터 특정한 장면의 구체적인 제작과정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방식은 이처럼 여러 사람들이 모인 해설에서 반드시 필요한 절차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도 작품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 그리고 진솔한 표현들이 가슴에 와닿는다. 사진 맨 왼쪽은 긴박한 도입부, 평화롭게 살아가던 모드는 큰딸 몰리(주인공, 왼쪽 세 번째)와 작은 두딸(맨 오른쪽)을 백인들에게 빼앗기고 좌절에 빠진다. 케네스 브래너가 연기한 A. O. 네빌은 호주에 파견된 섭정관으로 원주민에 대한 경외심이 지나쳐 그들을 백인사회에 편입시키고자 비인간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모순적인 인물이다. 원주민 출신의 추적자 무두(왼쪽 네 번째)는 백인에게 빼앗긴 딸 때문에 백인의 앞잡이가 된 인물로서 감독의 정서가 가장 잘 반영된 캐릭터이기도 하다. 김송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