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 The Women
1939년
감독 조지 큐커
상영시간 133분
화면포맷 1.33:1 스탠더드
음성포맷 DD 1.0 영어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워너
1939년의 할리우드는 너무나 위대해서 심지어 수다와 가십으로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MGM은 브로드웨이 666회 공연을 기록한 <여인들>의 영화화를 위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감독으로 내정됐던 조지 큐커를 영입했다. 무대 출신에다가 그간 여성을 다룬 영화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준 그였기 때문이다. <섹스 앤 시티>의 큰언니쯤 되는 <여인들>은 유럽 귀족사회를 흉내내던 1930년대 미국 상류사회의 한 단면도다. 바람난 남편을 둔 여자와 그녀의 심술궂은 친구 그리고 사나운 정부 사이에서 한바탕 이혼 소동이 벌어진다. 그러니까 <여인들>를 보는 것은 ‘어떻게 수다와 가십이 예술이 되었는가?’, ‘어떻게 천박함이 우아함을 획득하게 되었는가?’의 대답을 듣는 것과 같다. 그리고 거기에 하나의 질문이 추가된다. ‘왜 여자들은 남자 때문에 다투는가?’
여자, 그것도 남자 때문에 이를 드러내고 경쟁하는 여자들을 보고 싶다면 <여인들> 이상이 없다. 게다가 흥겹기까지 하다. <여인들>은 각 캐릭터와 사슴, 표범, 원숭이, 여우 등의 동물이 짝을 이루는 오프닝 크레딧부터 이 곳이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정글임을 밝히고, 이후 상류 유한계급 여성 내부의 정치구도를 정확하게 포착한다. 133분간 진행되는 <여인들>에는 정말로 135명의 여자 외에 단 한 명의 남자도 등장하지 않으니(아이들은 전부 딸이며, 개나 말조차 암컷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녀들의 부산한 몸짓과 끝없는 수다에 당신은 귀를 틀어막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독히 세련된 천박함엔 한번 웃어주면 그만인걸. ‘다 그런 거지 뭐.’ 사실 <여인들>의 이야기와 그 속에 투영된 뉴욕의 가십, 여배우들의 캐스팅과 제작 과정 중에 벌어진 신경전은 과거 이야기만은 아니다. 거리와 카페와 버스에서 요즘 여자들의 수다를 듣노라면 <여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여인들>이 지금도 모던함을 잃지 않고 있는 건 매끄럽게 포장된 보편적인 이야기 덕이다. 근래에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지는 <여인들>은 프랑수아 오종의 <8명의 여인들>에 영향을 주었고, 맥 라이언이 유명 여배우들을 모아 리메이크를 기획 중이라고 한다.
DVD 부록으론 MGM이 신작 홍보를 위해 제작한 짧은 다큐멘터리 두 편이 눈에 띈다. 당시 제작 상황과 스타, 패션 등에 관한 흥미로운 자료다. 그리고 극 중 유일하게 컬러로 찍힌 패션쇼 신의 흑백 버전, 워너의 고전 시리즈에서 익숙한 ‘영화음악 듣기’, 남자가 등장하는 1956년도 리메이크 판의 예고편 등이 제공된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