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터로 영화 경력을 시작했고 나비효과 같은 연쇄 반응을 표현하는 데 집착하는 점 등에서 주네 & 카로 콤비와 테리 길리엄은 닮은 구석이 있다. 테리 길리엄 자신은 정작 크라이테리언 DVD에서 <여인의 음모>가 해피엔딩이라고 말했지만 등 그가 그리는 미래사회는 암울한 편이다. 반면 주네 & 카로의 영화 속 현재와 미래에는 언제나 희망이 있다. 카로가 어둠을 선호했다면 주네는 영화를 밝게 그리고자 애썼는데 <에이리언4> 이후 카로와 헤어진 뒤(크레딧에는 없지만 카로는 <에이리언4>에도 참여했다) 만든 <아멜리에>는 좀더 밝은 영화가 되었고 카로가 개입한 피토프의 <비독>은 아주 어두운 영화가 되어버렸다. 영화계에 발들여놓은 지 10년이 넘게 장편 데뷔를 못하고 있던 주네는 당시 정육점 위층에서 살고 있었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아래층의 칼 가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 소릴 들으며 여자친구는 정육점 주인이 7층부터 차례로 이웃을 도살하고 있다는 이야길해댔고 그것이 바로 <델리카트슨 사람들>의 시작이 되었다. <아멜리에>를 재미있게 보았다면 <델리카트슨 사람들>에서 <아멜리에>와 닮은 점을 찾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프로그래시브 기능이 내장된 DVDP에선 느끼기 힘들지만 컴퓨터로 감상시엔 PAL-NTSC 불완전 변환문제로 인터레이스가 보인다. 영국판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인데 DVDP 감상시의 화질은 저예산임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국내판 <아멜리에> DVD보다 낫다고 하겠다. 영국판에 담긴 메이킹 다큐 등을 이번 국내판에는 볼 수 없어 아쉽다. 하지만 무난하게 들리는 ‘톱과 첼로를 위한 이중주’라든가 아나모픽이 지원되는 영상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있는 사랑스런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