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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창사특집 다큐 <출가>

산사에서 보내온 ‘축복의 여유로움’

“아름다운 산사, 순수한 초발심…. 1시간 내내 축복의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조상욱) “바쁜 세상을 살면서 하루를 되돌아 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박찬란) 지난 21일 밤 문화방송 창사특집 다큐 <출가>(기획·연출 윤영관, 촬영 이영관) 1부 ‘첫 마음으로’가 방송됐다. 시청자들은 수묵담채화 같은 다큐로 오랜만에 여유를 누릴 수 있었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출가>는 9월13일부터 10월12일까지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에서 열린 조계종 사상 첫 ‘단기 출가학교’의 풍경을 담았다. 제작진은 50여 단기 출가자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이 지내온 삶과 짧은 출가, 이를 거쳐 앞으로 펼쳐갈 제2의 인생을 담담히 그려냈다.

내레이션 없이 HD화면·배경음악 ‘궁합’ 거친 동시녹음·연출된듯한 장면 ‘옥에 티’

단기 출가자 가운데 최고령인 송광섭(70)씨는 중견 기업체 부회장 출신으로, 못 이룬 것 없이 한 평생을 잘 살았다고 할 만하지만 단기 출가를 결심했다. 11년 전 홀로 돼 두 딸을 대학생으로 키워낸 신현임(48)씨도 단기 출가에 나섰다. 나이 오십을 앞두고 새로 태어나겠다는 각오로 삭발까지 했다. 14살짜리 중학생 문경원군도, 잘 나가던 광고 카피라이터 이민우(36)씨도 머리를 깎고 속세를 떠난 삶에 도전했다. 이들이 때묻지 않은 초발심으로 이른 새벽 깨어나 새벽 예불, 삼보일배, 수계식, 적멸보궁 참배 등을 이어가는 표정은 속세에 찌든 이들의 마음을 흔들고 뭔가 뭉클한 것을 느끼게 했다. 특히 삭발식 중 흘러내리던 신씨의 눈물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셨다.

형식의 독특함도 큰 효과를 발휘했다. 가장 큰 특징은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내레이션이 없는 일종의 ‘인터뷰 다큐’였다는 점이다. 방식은 단순하다. 기존 다큐에서 내레이션만 뺐다. 그러나 대개 다큐에서 내레이션이 차지하는 비율은 60%를 웃돈다. 다큐의 생명인 정보 전달을 무엇으로 메울지는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출가>는 이를 위해 노랫말이 있는 배경음악을 선택했다. ‘출가-집을 떠나며’, ‘첫 마음으로’, ‘고행-마음을 찾아서’ 등 연출자 윤영관 피디가 직접 지은 노랫말에 한문휘 음악감독이 곡을 붙였다. 내레이션이 없기에 편집은 더욱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설명이 없어 시청자들은 메시지를 강요당하기보다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고화질 에이치디 촬영도 다큐의 품위를 한껏 높였다. 시청자 말대로 “보는 이가 직접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듯” 생생한 화면이 가능했다.

다만 몇 가지 지적될 부분도 있다. 동시 녹음이라 그랬겠지만 음향이 다소 거칠었다는 점이다. 고요한 산사라는 전체적인 분위기에 조금 튀는 인상이었다. 최소한 드라마 수준의 동시녹음 설비가 가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끔씩 연출된 듯한 장면들도 잠시 눈에 거슬렸다. 오는 28일 밤 10시35분엔 2부 ‘무엇을 찾았는가’가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