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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하나뿐인 지구’ 22일 800회

보기드문 뚝심 환경다큐 14년

교육방송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환경’이 사회적 화두가 되기 전인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환경전문 프로그램이 이어져온 것 말이다. 드라마는 물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까지 ‘시청률’ 눈치를 봐야하는 한국 방송제작 현실에서, 교육방송은 올곧게 <하나뿐인 지구>를 이끌어왔다. 그리고 22일, 14년의 세월을 지나 800회를 맞았다.

<하나뿐인 지구>가 지나온 14년은 한국 환경 문제 변천사를 그대로 반영한다. 91년 9월 시작된 <하나뿐인 지구>는 ‘5분 캠페인’ 형식으로 일주일에 두 차례 방송됐다. 환경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시청자들에게 환경 보호를 강조하는 계도적 성격이 짙었다. ‘비닐 포장지, 합성 세제 등을 사용하지 말자’는 식이었다.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초기 시각이 드러난다.

본격적인 환경 다큐멘터리로 탈바꿈한 것은 93년 3월이었다. 국내 방송사상 처음으로 주간 다큐로 편성됐다. 이로부터 10여년, 굵직한 환경 관련 사안치고 <하나뿐인 지구>를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정치·경제에 희생된 환경 구하기 계속할 터”낙동강 페놀사태·새만금·시화호 문제 등 다뤄

원자력발전소, 양수발전소, 핵폐기장 등 에너지 관련 환경 문제를 처음부터 다루기 시작했다.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 등은 큰 사회적 문제로 제기됐고, 이때부터 새만금 간척사업 문제도 주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90년대 중반부터는 환경보존 지역을 발굴하고 생태계 지키기에 주력하는 등 ‘자연다큐’적 성격이 강해지기도 했다. 댐이 건설되기 전인 99년 동강의 모습을 소개했고, 순천만 갯벌과 제주도 고산 습지를 발굴해 보존지역으로 지정토록 하는 쾌거도 이뤘다. 환경 문제의 실천적 대안으로 귀농에 관한 다큐도 수차례 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다시 고발성이 강해졌다. 환경호르몬, 유전자조작식품 등의 문제를 강하게 제기함과 동시에 부안 핵폐기장이나 새만금 간척사업에도 높은 관심을 가졌다. 최근엔 미군과 관련한 환경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한국의 최장수 환경 전문 다큐로서 받은 상도 20여개다. 98년 ‘두 얼굴의 야누스-핵에너지’로 제25회 ‘재팬 프라이즈’ 유니세프 특별상을 받았고, 99년엔 제5회 한·일 국제환경상도 수상했다.

22일 800회 특집은 밤 10시10분부터 90분 동안 방송될 ‘미래를 위한 공존:지속가능한 삶의 대안찾기’이다. 지난 14년간 다뤄온 내용을 ‘에너지’, ‘먹거리’, ‘생태’, ‘쓰레기’ 등 4분야로 나눠 한국 환경 문제의 변천사를 살펴본다. 특히 14년전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의 피해자를 찾아, 환경 문제의 현실을 되짚어 본다. 이밖에 오는 26일까지 교육방송 본관 로비에서 환경 사진작가 이용남, 이희섭의 사진전을 여는 한편, 23일 <하나뿐인 지구 800회의 기록-방송으로 본 환경> 출판 기념회와 ‘21세기 환경과 방송의 역할’을 주제로 세미나도 개최한다.

10여년 <하나뿐인 지구>를 지켜온 김광범 피디가 남긴 말에서 <하나뿐인 지구>의 문제의식이 전해진다.

“정치적 의도와 자본의 논리가 환경 문제의 핵심에 놓여 있습니다. 시청자들에게만 환경 보호를 강조하는 것이 옳지 않은 까닭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기업도시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닙니까. 정치와 경제의 논리에 환경이 희생당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