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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콜라] 새 영화제작가협회장 출마자 없는 까닭은‥

미국영화협회(MPAA) 회장의 파워는 막강하다. 지난 7월1일 잭 발렌티 회장이 물러나고 댄 글리크먼이 신임회장에 취임했을 때 미국 언론들이 워싱턴 정계의 반응을 덧붙일 정도였다. 민주당 클린턴 정부에서 농무장관을 지낸 글리크먼의 취임을 두고 공화당이 당혹해 한다는 것이었다. 할리우드가 미국 정가에 대는 정치자금 물량이 만만치 않음을 감안하면 영화협회 회장이 누가 되느냐가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을 터. 할리우드 7대 메이저영화사들의 이해관계를 공동으로 대변하는, 일종의 로비스트인 영협 회장의 연봉은, 보도된 바에 따르면 달러로 7자리 숫자이다. 최소 1백만달러, 우리 돈으로 1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자리라는 말이다.

아직은 한국의 영화계가 정치 자금을 댄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미국영화협회에 해당하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회장이 누가 되는지는 영화인을 제외하면 그다지 큰 관심사가 되지 못한다. 미국영화협회처럼 별도의 급여가 나오는 상근직이 아니라, 영화 제작사 대표 중의 한 명이 자기 영화는 자기 영화대로 만들어가면서 맡는 자리이다. 그런데 영화계 안에서 오는 26일로 예정된 새 회장 선출을 앞두고 이 자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첫째는 영화계 세력판도 변화와 관련해서이다. 지난 7월 강우석 감독의 시네마서비스와 CJ엔터테인먼트가 프리머스 극장 경영권을 두고 다투는 과정에서, 시네마서비스쪽이 제작가협회의 지원사격을 요청했다가 냉대를 받았다. 그때 지원 불가 논리를 폈던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사진)가, 프리머스 극장 문제가 일단락된 뒤 차기 제작가협회 회장에 출마할 뜻을 직간접적으로 밝혔다. 단일 제작사로서 제작 물량이 가장 많고 <살인의 추억> 이후 연속으로 흥행가도를 달려온 싸이더스의 대표인 만큼, 그의 출마는 충무로 세력판도 변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기에 충분했다. “시네마서비스쪽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제작가협회가 깨질지도 모른다” 등등의 이야기가 나돌았고 물 밑에서는 제작자들이 종횡으로 얽히고 설키며 논란을 벌였다.

둘째는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극장이 지나치게 큰 몫을 챙겨가는 영화계의 이윤 분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작자들의 공통된 이해관계와 관련해서이다. 이 이해관계를 유리하게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제작가협회가 선봉에 서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제작자들이 분열되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결과 회장 후보 등록 마감일인 지난 17일까지 아무도 등록하지 않았다. 차 대표는 출마의사를 접었고, 대세는 현 김형준 한맥영화사 대표가 유임하고, 이승재 LJ필름 대표와 최용배 청어람 대표가 부회장을 맡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물밑 논의를 통해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한 제작자들이 대타협을 선택한 셈이다. 충무로의 기류는 ‘강우석 대 반 강우석’에서 ‘제작자 대 대기업’으로 한랭전선이 옮겨갈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