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에이치디 티브이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의 봉만대라는 ‘작가주의 에로 감독’, 그리고 여성주의 성애물. 이 세가지가 버무려진 <동상이몽> 시리즈 6편이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밤 11시 영화전문 채널 오시엔을 통해 안방극장을 찾는다.

섹시 퍼즐극을 표방한 <동상이몽>은 ‘깊은 그림’이라는 영화 속 영화 제작을 둘러싸고 배우지망생, 배우, 감독, 음향기사 등 4명의 여성이 만들어가는 서로 다른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지면서도, 전체적으로 얽히고 혀 하나의 사슬을 이룬다. 봉만대 감독은 “처음에는 영화를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전체를 다 보고 나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1편 ‘땀의 향기’는 첫편인만큼 이야기의 완결성보다는 화면의 독특함이 눈길을 잡는다. 배우지망생 지혜와 시나리오 작가 형수의 만남과 이별을 봉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에 담았다. 지혜의 담배피는 장면과 섹스신 회상 장면을 교차 편집하거나, 지혜와 형수의 섹스 장면을 두개의 화면으로 분할해 보여주는 등 기존 티브이 프로그램에선 보기 힘들었던 영상 시도가 선보였다. 일단 드라마와도, 극장용 영화와도 다른 느낌을 창출하겠다는 감독의 의지는 충분히 읽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둘의 접목에서 비롯된 새로움보다는 <연어>나 <이천년> 등 봉 감독의 전작 에로 비디오식 질감이 더 두드러지는 듯하다. 전원 신인들로 이뤄진 배우들의 아직 어색한 연기도 이런 느낌을 강화한다.

봉 감독은 “여성의 시각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성인영화로 만들려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성인물이 여성보다는 남성 위주로 소비돼온 현실에서 왜 여자들은 드라마만 봐야 하는가 하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여성들도 밤 시간대 집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티브이영화라는 새로운 형식의 ‘성’ 이야기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이라이트로 보여준 2~5편에서도 여주인공의 입술을 혀가 훑고 지나는 감각적 클로즈업 샷이나 배꼽을 드러낸 채 고혹적인 자태로 누워있는 처녀 뱃사공, 빗속에서 여자들끼리 싸우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팬티라인 등 남성적 시선의 영상들이 두드러져, 여성들의 호응과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