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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 ‘폭발’, 공급측면에서 빅뱅수준

연예뉴스가 폭발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선 거의 ‘빅뱅’ 수준이다. 지난 반년 사이 대형 포털 사이트에 연예정보를 대는 신생 매체만 6개가 새로 생겨났다. 기존 스포츠지 5개사에 더해 〈연합뉴스〉와 〈뉴시스〉 등 통신사, 〈기독교방송〉 노컷뉴스 등도 연예뉴스 공급을 대폭 확대했다. 〈내외경제〉도 〈헤럴드경제〉로 이름을 바꾸면서 연예 콘텐츠를 크게 강화했다. 이들말고도 인터넷 경제전문지 〈머니투데이〉가 창간한 〈스타뉴스〉, 국민일보의 〈쿠키뉴스〉, 〈고뉴스〉 〈와이이티〉 〈팝뉴스〉 〈리뷰스타〉 〈조이뉴스24〉 〈연예정보신문〉 〈연예영화신문〉 〈브레이크뉴스〉 등 10여개의 연예뉴스 인터넷 매체들이 각종 연예뉴스를 인터넷 포털에 공급하고 있다.

포털만이 아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연예뉴스는 날로 확산되는 무가지의 주요 콘텐츠로 다뤄지고 있다. 방송에서도 연예뉴스의 공급은 확대일로다. 〈섹션티브이〉 〈생방송 티브이연예〉 〈연예가 중계〉 등 기존 지상파 방송의 연예정보 프로그램과 연예정보 전문 채널인 〈이티엔〉에 더해 올 12월엔 〈와이티엔 스타〉가 또 하나의 연예정보 채널로 문을 열 예정이다. 한국방송은 11월 가을 개편을 통해 2텔레비전 〈아침 8시 뉴스〉에서 매일 30분씩 연예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연예뉴스 바람이 방송으로까지 번져가는 모양새다.

수년전부터 최고인기 메뉴

연예뉴스의 급증은 기본적으로 수요 측면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대중문화의 발전에 따른 대중들의 연예정보에 대한 추구가 그 바닥에 자리잡고 있다. 연예가 인터넷 포털의 가장 인기있는 뉴스 메뉴로 떠오른 것은 이미 수년 전 이야기다. 연예산업의 발달과 한류 물결 등 산업적 외형의 성장도 배경의 하나다.

하지만 직접적으론 지난 7월 신생포털 파란의 등장에 따른 후폭풍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케이티 계열의 한미르에서 이름이 바뀐 파란은 단기간에 포털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연예뉴스의 주공급원인 스포츠신문 5개사와 독점계약을 맺었다. 이에 맞서 미디어다음과 네이버 등 기존 포털들은 〈연합뉴스〉에 전재료 인상을 약속하며 연예뉴스 확대를 요구하는 한편, 신생 인터넷 연예뉴스 전문 매체들을 대거 대타로 기용했다. 이를 계기로 〈연합뉴스〉만 하루 연예뉴스를 40건으로 늘려 공급하되, 절반은 포털에만 독점제공하는 등 연예뉴스의 대대적 공급 확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단기간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거론된다. 자극적인 제목뽑기 등 지나친 선정성 경쟁이 우선적으로 지적된다. 〈브레이크뉴스〉가 ‘기자가 몸팔아서 스타 인터뷰하는 현실’이란 제목의 연예칼럼을 올렸다가 ‘여기자 비하’ 논란에 휘말린 게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칼럼 작성자가 ‘기본적인 사실확인 결여’를 인정하고 사과기사를 내야 했다. 〈뉴시스〉 또한 ‘전지현 결혼’이라는 단정적 제목을 달았다가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연합뉴스의 한 기자는 “기사 내용은 비슷비슷한데, 제목만 좀 더 고강도로 뽑아 독자 눈길을 끌어보려는 제목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하나의 완성된 기사로 충분할 내용을 조각조각 내 여러 개의 ‘쪼가리 기사’로 파편화하는 모습도 늘어나고 있다. “비가 맡은 〈풀하우스〉의 영재는 철이 없다”고 한 송혜교의 말을 “비가 철이 없어서 싫다”고 한 것으로 보도한 뒤, 곧바로 송혜교의 해명을 다시 기사화하는 등 연예인 인터뷰가 주변적인 사적 발언 중심으로 포장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형일 영남대 교수는 “인터넷 속성상 속보 경쟁에 따른 무리한 기사 작성이나 홍보자료를 그대로 기사로 옮기는 등 예전 스포츠신문의 부정적 보도관행이 인터넷 연예언론을 통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장조차 안 맞거나, 기사에서 ‘피디님’이라는 존칭을 일상적으로 쓰는 따위의 기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사가 양산되는 등 질 저하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1년쯤 지나면 옥석 가려질 것”

일부에선 시간이 흐르면서 자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내놓고 있다. 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벌써 일부 뉴스에 대해선 ‘이것도 기사냐’는 네티즌의 짜증 섞인 반응이 커지고 있다”며 “1년쯤 지나면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연예뉴스의 폭발이 제대로 된 연예 저널리즘의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좀 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주형일 교수는 “가십과 스캔들을 좇는 황색 저널리즘 자체는 앞으로 더욱 번성하겠지만, 그와 달리 연예인의 공적 역할이나 문화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비평 저널리즘의 필요성 또한 커질 것”이라고 적극적 분화 가능성을 짚었다.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도 “지금처럼 표피적 흥미 경쟁에 치우칠 경우 연예뉴스의 신뢰성 자체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연예분야도 문화 분석의 범주 안에 넣어 트렌드나 내용을 살피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예뉴스 고정배치 KBS ‘8시 아침 뉴스타임’ “연예정보와 저널리즘 가미한 실험이다”

“정통 뉴스에서 다루지 않던 연예·오락을 새로운 접근법으로 보도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 가수 ‘비’가 일으킨 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를 기획 취재해 보도하는 등의 방식이죠.”

정규 뉴스에 처음으로 연예 뉴스를 고정배치한 한국방송 2텔레비전 의 최창근 뉴스제작팀장(우측 사진)은 지난 10일 새로운 연예 보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은 국내외 최신 뉴스와 문화예술·각종 트렌드를 보도함과 동시에 ‘연예수첩’이라는 고정 꼭지를 만들어 대중문화 뉴스를 지향한다.

우선, 연예인들의 스캔들 위주로 보도되던 기존 연예 뉴스와 차별화 하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생각이다. 최 팀장은 “30, 40대 주부를 주 대상으로 쉬운 뉴스를 보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뉴스 프로그램으로서 연예뉴스를 고정 배치했지만, 기존 연예 프로그램이나 스포츠신문 등의 보도와는 조금 다를 것”이라며 “아이템 등을 달리해 품위있는 고급 여성잡지 스타일의 새로운 연예·오락 보도의 전형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존 연예뉴스와 차별화가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이에 대해 최 팀장은 “전문 엠시인 경동호씨를 내세우고, 앵커로 양영은, 박태서 기자가 직접 연예 뉴스를 전하는 만큼 시간이 지나 ‘정착’되면 이같은 우려는 불식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이어 “연예정보와 저널리즘을 가미한 실험적 프로그램으로서 시청자 욕구에 맞추려는 선택이었다”며 “시청자들에게 외면받는 딱딱한 뉴스에서 벗어난 ‘티브이로 보는 고급 여성 잡지’라는 감각적인 프로그램으로 주부들이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