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11월3일은 만화의 날이다. 청소년보호법이 만들어지며 서점에서 만화가 치워지고, 만화잡지가 폐간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만화인들은 1996년 11월3일 ‘만화심의 철폐를 위한 범만화인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이날을 ‘만화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2001년 제1회 행사를 시작으로 매년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올해에도 제4회 만화의 날을 맞아 여러 행사가 열린다. 오후 1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창작물과 저작자의 권리’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다. 또한 10월29일부터 11월3일까지 명동입구에서 만화의 거리 선포식, 캐리커처, 코스프레쇼 등이 펼쳐진다. 만화계의 여러 단체가 주도하는 공식행사와 함께 별도의 만화 관련 행사도 주목을 끈다.
11월3일 만화의 날부터 시작해 11월9일까지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는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과와 청강만화역사박물관이 주관하는 청강만화페스타 2004가 펼쳐진다. 청강만화페스타 2004는 카툰 전문 전시회인 ‘만화의 힘전’과 젊은 작가들의 활력을 보여주는 ‘젊은작가전’, ‘코믹마켓’ 그리고 카툰에 대한 공로를 기리며, 새로운 젊은 신진작가를 발굴하는 ‘청강카툰상’으로 구성된 만화전문 페스티벌이다. 그동안 청강문화산업대학에서 진행하던 여러 행사를 통폐합하고, 새로운 행사를 신설해 별도의 만화 축제로 신설한 것. 쉽게 보기 힘든 전문 카툰전시와 젊은 만화가 지망생들을 통해 한국 만화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젊은작가전과 코믹마켓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만화의 힘전은 사이로, 조관제, 강일구, 강창욱, 강동헌 등 30여명의 전문 카툰작가가 참여해 ‘패러디’를 주제로 한 카툰을 선보인다. 한칸에서 넘치는 풍자와 해학을 맛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다. 젊은작가전과 코믹마켓도 흥미롭다. 2005년 2월 만화창작과를 졸업하는 전공학생들이 단순히 지망생이 아니라 젊은 작가로 새로운 무대에 데뷔하겠다는 의지다.
11월3일은 만화의 날이다. 만화인들이 창작의 자유를 위해 처음으로 제 목소리를 내고 싸우기 시작한 그날을 기념한 날이다. 1996년으로부터는 8년이 지났고, 1회 행사가 시작된 2001년부터는 4년이 되었다. 어렵다, 힘들다고 이야기하기보다 미래의 비전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올해 만화의 날은 만화가 지닌 풍성함과 가치를 함께 나누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 박인하/ 만화평론가 enterani@yahoo.co.kr·사진제공 청강문화산업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