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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하고 복합적인 전쟁영화, <디어 헌터>

<디어 헌터> The Deer Hunter

1978년

감독 마이클 치미노

상영시간 176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영어

자막 한글

출시사 유니버설

1979년 아카데미에서 <디어 헌터>와 경쟁을 벌인 작품은 <귀향>이었다. 똑같이 전쟁의 여파를 다룬 것을 의식해서였을까? <귀향>의 주연이었던 제인 폰다는 <디어 헌터>에 대고 악의에 찬 말을 쏟아냈다. 인종차별과 반동 그리고 친미성향(이게 무슨?)이란 부당한 혐의를 둔 건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었으며, <디어 헌터>의 독특한 리듬과 장황해 보이는 전개 속에서 관객은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천국의 문>의 졸업식과 대구를 이루는 결혼식과 피로연신은 장장 25분 동안 흘러나왔고, 펜실베이니아의 철강 마을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장면은 할리우드의 베트남전 영화에서 기대되는 모든 것을 뒤집었다.

<디어 헌터>의 주제는 ‘전쟁의 부조리와 상처받은 영혼’보다 훨씬 포괄적이다. <디어 헌터>는 러시아 성가처럼 숭고하고, 안개 낀 산처럼 장엄하며, 사슴의 눈처럼 순수하다. 또한 ‘카바티나’의 선율처럼 조용하지만 러시안 룰렛처럼 강렬하다. 그런 점에서 로빈 우드의 분석은 이 영화의 웅장하고 복합적인 본질을 잘 드러낸 예라 하겠다. (그의 특기 중 하나인) 동성애 측면의 강조가 다소 과장됐지만, 마이클 치미노와 <디어 헌터>에 대한 개인과 사회, 영화와 역사 그리고 철학적 접근은 풍부한 읽기를 제공한다. 로빈 우드는 <디어 헌터>를 세 가지 구조- 교체, 감축, 모티브의 교차- 위에 놓고 영웅의 몰락, 남성적인 제의의 붕괴, 이상적이고 신화적인 미국이란 개념의 해체로 분석했다. <디어 헌터>는 남은 자들이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를 노래하면서 끝난다. 그들이 축복받길 원했던 미국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지금 반복된 현실을 보면 그 축복이 이루어진 것 같진 않다.

아이러니한 건 <디어 헌터>에 주어진 아카데미 작품상이 뉴아메리칸시네마의 묘비명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대부> <애니홀> 그리고 <디어 헌터>로 이어진 새로운 물결은 더이상 없었다. 다음해인 1980년과 이듬해의 아카데미 작품상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와 <보통 사람들>이 가져가면서 혁명과 이상을 대체한 보수와 가족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그리고 <이지 라이더>가 지나간 자리에 <죠스>가 <스타워즈>를 끌고 오면서 밥 라펠슨과 할 애시비는 잊혀져갔고, 프랜시스 코폴라와 마틴 스코시즈, 우디 앨런은 더이상 새롭지 않거나 침묵해야만 했다. 마이클 치미노 영화의 DVD는 그와 <천국의 문>에 내린 저주가 결국 풀리지 못했다는 걸 증명한다. <디어 헌터> DVD의 평범함은 영화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