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irasoli 1970년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 출연 소피아 로렌
EBS 11월14일(일) 오후 2시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은 <자전거도둑> 등을 만든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감독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정작 관객에게 그는 애잔한 멜로를 만든 것으로 더 기억되곤 하는데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영화가 <해바라기>다. <해바라기>에선 소피아 로렌과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가 운명에 희롱당하는 연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등의 영화에서도 두 배우의 연기호흡은 이어졌는데 이렇듯 빼어난 스타들의 연기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게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가장 소중한 재능이었는지 모른다.
나폴리 시골에 살던 지오바나는 밀라노에서 온 안토니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안토니오와 지오바나는 결혼식을 올리지만 안토니오는 곧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떠난다. 그리고 지오바나가 받은 것은 한장의 전사 통지서. 남편이 살아 있다고 확신하는 지오바나는 그를 찾아 러시아의 구석구석을 헤맨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남편을 찾아내지만 그는 부대에서 낙오되어 헤매다가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다. 그는 마샤를 만나 두딸을 둔 아버지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지오바나는 다시 이탈리아로 귀국해 나이든 공장 일꾼 에토와 결혼하지만 안토니오가 돌아오자 그녀의 삶은 흔들린다. 데 시카 감독은 배우 출신. 연극배우로부터 출발해 영화로 발길을 옮긴 그는 네오리얼리즘 영화들로 이름을 알렸다. <밀라노의 기적>이나 <구두닦이>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네오리얼리즘 영화로 분류되면서도 데 시카의 영화는 다른 연출자의 것과는 다른 개성을 담아내곤 했다. 극히 사실적인 부분이 있으면서 유머와 눈물이 혼재하는, 드라마 성향이 짙은 영화들이었던 것이다. 1960년대 이후 데 시카 감독은 좀더 평이한 멜로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해바라기>는 최루성 멜로영화로 손색이 없다. 사연을 간직한 듯,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밭이 비쳐지는 영화 속 장면은 잊기 힘들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당시 데 시카 감독이 흔히 사랑에 관한 작품을 만드는 것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을 상기하면 이런 시적 정서는 놀랄 일도 아니다. <해바라기>에선 배우 연기뿐 아니라 헨리 맨시니가 작곡한 영화음악 역시 영롱하다.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