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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up] 고흐 동생의 증손자, 피살되다
박은영 2004-11-11
반이슬람영화 만든 테오 반 고흐 감독, 이슬람주의자에게 살해당해

반이슬람주의 영화로 논란을 빚었던 네덜란드의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가 지난 11월2일 살해된 채 발견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모로코 전통 의상을 입은 20대 남자가 고흐에게 달려들어 칼로 찌르고 총으로 여러 번 확인 사살을 한 뒤에 가슴에 메모를 남기고 사라졌다는 것. 범인은 범행 직후 인근 공원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잡혔고, 모로코와 네덜란드의 이중국적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8월 TV로 방영된 문제의 영화 <복종>(Submission)은 소말리아 출신의 우익 정치인 아이안 히르시 알리가 각본을 써 화제를 모았던 작품. 이슬람 여성들의 핍박받는 삶을 고발하고 있는데, 친척에게 강간당했지만 거꾸로 불륜죄로 가혹한 벌을 받았다는 한 여성의 고백과 더불어, 나신 위에 투명한 차도르를 걸친 여성의 모습에 코란의 구절이 새겨진 이미지로 충격을 준 바 있다. 고흐는 영화가 방영된 직후부터 네덜란드 내의 이슬람 커뮤니티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아왔으며, 수차례 살해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공식적인 사과나 해명은 하지 않았다.

전설적인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동생 테오 반 고흐의 증손자이기도 한 그는 영화와 TV프로, 신문 칼럼 등에서 반유대주의, 반기독교주의, 반이슬람주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인물. 투자 및 후원자를 찾지 못해 한때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지만, 최근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지원으로 안정적인 작품 활동을 지속해왔다. 올 토론토영화제에 출품했던 그의 마지막 영화 <쿨>도 네덜란드 내 모로코 혈통 청소년들의 비행을 다루고 있는데, 이민족에 대한 교육과 재활의 기회에 인색한 사회 시스템을 비판한다는 것이 연출 의도였다지만 이 또한 많은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례로 <쿨>의 민감한 소재와 직설적인 표현에 부담을 느낀 파테영화사에서는 이 영화의 배급과 상영을 거부한 바 있다.

고흐의 죽음으로 네덜란드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아직 사건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은 채, 고흐를 추모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자전거 행렬(고흐는 피습 직전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로 암스테르담 거리는 연일 교통 체증을 빚고 있다는 소식만 들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