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MBC <한강수타령>의 고두심, KBS <부모님 전상서>의 송재호

남편없이 자식키운 어머니 vs 말 없이 성원하는 아버지

삶에 지친 이들이 찾는 영원한 마음의 고향, 막다른 길에 몰린 이들이 떠올리는 이름, ‘부모’. 그들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아들을 믿고, 모두에게 버림받은 딸을 거둔다. 갓난 아기부터 죽음 앞의 노인까지 부모는 누구에게나 든든한 안식처다. 살림살이 어려운 요즘, 아무런 대가 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는 부모라는 존재가 많은 이들의 그리움이 될 법하다.

때마침 두 편의 주말드라마가 ‘부모’를 내세워 경쟁한다. 지난달부터 방송을 시작한 한국방송 <부모님 전 상서>와 문화방송 <한강수타령>이 그것. 두 드라마는 방송 전부터 한국의 대표작가 김수현, 김정수 작가가 오랜 만에 선보이는 ‘정통 가족드라마’라는 면에서 큰 관심을 모았고, 김희애와 김혜수라는 두 주연 배우의 연기 대결도 눈길을 끌고 있다. 두 드라마는 각각 ‘엄마’의 모성과 ‘아버지’의 부성을 내세우는 점에서도 시청자들의 흥미를 돋운다.

살다가 허기지면 엄마한테 와라, 언제 어느 때고 뜨신 밥 먹여 줄게. 하지만 엄마처럼 살지는 마라

<한강수타령>에선 고두심이 ‘엄마’로 열연하고 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며 사회적인 신드롬까지 불렀던 <꽃보다 아름다워>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배우 고두심은 <전원일기>에서 보여준 ‘한국인의 맏며느리’에서 ‘가장 한국적인 어머니’로 자리매김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엄마는 기존 어머니와 조금 다르다.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자식에게 모든 걸 희생하고 치매에 걸리는 헌신적인 어머니 ‘영자’로 나왔지만, 이번엔 다 큰 자식들의 등을 주먹으로 때리고 술에 취해 고린내 나는 양말을 자식 얼굴에 들이대는 짓도 마다지 않는 엄마로 나온다. 큰딸이 남자 친구에게 버림받자 생선장수의 비린내를 풍기며 회사까지 찾아가 악다구니도 서슴지 않는다. 시장통에서 생선을 팔며 남편 없이 자식을 키워내 거칠어진 엄마지만, 자식들에겐 넉넉히 따뜻한 품을 내어놓는다. “살다가 허기지면, 배고프면! 엄마한테 와라! 어째도 니들 굶기진 않겠다! 언제고 어느 때고, 엄마가 뜨신 밥 먹여 줄게! 찬은 없더라두 밥은 꾹꾹 눌러 고봉으로 먹여줄게!”

<한강수타령>의 엄마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본능의 차원을 넘어서지 못하는’ 매우 현실적인 모습이다. 자신이 ‘여성으로 홀로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을 딸들에게 보여주지만, “엄마처럼 살지 말라”는 말과 행동을 잊지 않는다. 자신은 딸의 ‘반면 교사’일 뿐이다. 다만, 딸들이 엄마에게 무엇을 배울지, 딸들은 엄마를 넘어설 것인지는 드라마가 앞으로 해결할 과제다.

부부는 등돌리면 남이지만, 부모 형제는 죽는 날까지 서로 포기 안하는 관계고, 그게 가족이라는 거야

<부모님 전 상서>에선 송재호가 전통적인 ‘아버지’의 모습으로 나온다. 송재호가 연기하는 안 교감은 4남매의 아버지. ‘양심에 부끄럽지 말자’가 좌우명인 그는 번번이 승진에서 밀려나는 만년 교감이지만 무엇보다 가족을 중요시하는 가부장이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모습은 성묘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에서 알아챌 수 있다. ‘속 썩이는’ 자식들이 있지만 감정은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자식들에 대한 깊은 사랑도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는다. 자식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말없이 지지를 보내주는 본래 ‘가부장’의 모습이다.

<사랑이 뭐길래> 등에서 볼 수 있는 ‘마초적’인 모습은 없다. 딸의 이혼 결심에 대해 안 교감은 “어떤 결론이든 어떤 경우에든 매사를 긍정적으로,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말고 씩씩하게 그렇게 추슬러. 부부는 등 돌리면 남이지만 부모 형제는 죽는 날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애달플 만큼 서로 포기 안 하는 관계고, 그게 가족이라는 거야”라고 말한다. 이혼에 대해 너그러운 듯한 반응은 현대적 변용이 살짝 더해진 지점이다. 그러나 가부장적 지위가 유지되는 정신적·물질적 공간인 가족에 대한 강조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안 교감은 끝내 실토한다. “남편이 왜 방황했는지, 방황할 때 너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돌이켜 보거라. 인간이기에 실수도 하고 미워도 하게 되는 거다. 잘못을 저지른다고 다 싫다 하면 그 사람은 어디 가서 위로를 받겠니.” 가족이 무너져가는 현대에 ‘가족’을 지탱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왜 무너져가는지에 대한 반성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님 전 상서>의 아버지는 주위에선 전범을 찾기 힘든 ‘이데올로기서의 아버지’다.

두 드라마는 2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지난 6, 7일엔 <부모님 전 상서>가 가구시청률 22.0%와 22.2%(티엔에스 미디어코리아)로 <한강수타령>(18.1%, 19.6%)을 앞섰다. 21세기를 사는 시청자들이 ‘현실적인 엄마’보다 ‘이데올로기로서의 아버지’를 더 그리워하기 때문일까?

고두심이 말하는 어머니, 모성이야 요즘이나 옛날이나‥

<한강수타령>의 엄마는 사실 요즘 보기 힘든 어머니죠. 배운 것도 없이 오로지 자식들만 위해 살아온 엄마잖아요. 옛날 어머니들은 ‘나’는 없었는데, 요즘 어머니들은 ‘내가 없이 너도 없다’ 잖아요. 어쩌면 이게 더 맞아요. 그래야 자식들도 덜 부담스러울 수 있죠. 오로지 자식을 위해 살았다 그러면 자식들의 짐이 너무 무겁잖아요. 시대적으로 문화적으로 맞춰진 거겠죠. 하지만 본질적인 모성이야 요즘이나 옛날이나 같지 않을까요?

송재호가 말하는 아버지, 인간 사이 사랑이 아쉽습니다

요즘 시대에 아버지는 실종됐어요. <부모님 전 상서>를 보면, 성실(김희애)이가 고민 있을 때 아버지에게 와서 고백하고 위로를 받잖아요. 드라마를 하면서 이런 모습에서 일씬?서러움까지 느낍니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느낌이랄까요. 요즘 젊은 친구들, 우리 아이들이 고민 있을 때 부모에게 얘기할까요? 부모들은 이들에게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사람이었을까요? ‘아버지와 자식’이라는 형식을 떠나서 ‘인간 사이의 사랑’이 아쉽습니다.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