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게 낯설고 자연스러운 게 어색한 걸 보면 그간 상업영화에 많이도 길들여진 모양이다. 홀로 철로 보수공사를 하는 남자와 적막한 산골 그리고 아등바등 애를 써야 하는 현실. <빵과 우유>에선 독립영화의 현장이 엿보인다. 1975년 한국청소년영화제를 시작으로 이후 30년 가까운 연혁을 자랑하는 서울독립영화제는 독립영화인의 축제이자, 그들의 숨결을 대중이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이다. 12월에 있을 서울독립영화제 2004를 앞두고 2003년 수상작-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빵과 우유>(원신연)와 중·단편 부문 수상작인 <신도시인>(홍두현), (이하), <원더풀 데이>(김현필), <사물의 기억>(김은희)- 이 수록된 DVD가 출시됐다. 다섯 작품은 흔히 기대되는 기발한 상상보다 작은 진실과 일상의 소묘를 그리는 데 노력한 것들이라 여운이 깊고, 여러 스타일과 주제엔 순수와 자유가 스며 있다. 특히 <원더풀 데이>가 보여준 슬픔과 기쁨은 16mm필름의 작은 공간과 32분의 짧은 시간이 담을 수 있는 최고치라 하겠다.
우연이겠으나 DVD 속 작품들이 사회적 메시지에서 개인의 심상으로 다가가는 구도로 배치되어 있어서 감상하기에 편하다. 대중과 함께하는 영화가 진정한 대중영화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DVD 영상은 무난한 편이지만, 소리 연기와 사운드 작업 탓인지 대사전달은 좋지 못하다. 영화제 기록영상 등의 부록과 함께 소개 책자가 별도로 제공되며, 500장 한정 수량으로 발매된 DVD는 독립영화데이터베이스 사이트에서 구입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