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팝콘&콜라] ‘스타들의 몸값’ 경직성을 버린다면‥

영화 배우들의 출연료는 배우나 제작사가 잘 알려주지 않고 또 외부에 말하는 것과 실제 액수가 다른 경우도 많아 보도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 높은 출연료가 97년 2억원을 기록했다가 지난해에 5억원으로 올라섰고 최근에 6억원의 계약이 있었다는 말이 들린다. 7년 사이에 세배로 뛴 셈인데, 그 기간 동안 한국영화 관객의 폭발적 증가를 감안하면 크게 무리한 게 아닐지 모른다.

몇몇 제작자의 입을 빌어 거칠게 추정해 보면 현재 5억원을 받는 배우가 5~6명이고 이들 포함해 3억원 이상인 배우가 20명이 조금 못 된다. 이 가운데 여배우가 6~7명쯤 된다. 이들은 대체로 관객 동원력이 검증된 배우들인 만큼, 높은 출연료 때문에 제작비가 인상된다는 제작자들의 불만도 이제는 구문이 되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제작비 규모가 적은 영화에서 톱스타의 높은 출연료는 여전히 부담이 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제작자들 사이에서 한석규의 인기가 높다.(사진은 <주홍글씨>에 출연중인 한석규)

출연료 5억원대에 속하는 한석규는 <주홍글씨> 출연을 결정한 뒤, 제작비 26억원짜리 이 영화에 자기 출연료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3억원으로 낮추고 나머지 2억원은 투자금 형식으로 돌렸다. 투자금 형식이라는 게 원금을 돌려받는 게 아니라 이익이 발생했을 때에 한해 그 이익금을 자기 지분 만큼, 이 경우 26 대 2 만큼 추가로 받는다는 것이다. 한석규가 이렇게 결정하자 제작자와 투자자가 이익 분배시 자기 지분의 7%씩을 한석규에게 얹어주기로 했다. 다행히 <주홍글씨>는 흥행이 좋은 상태여서 한석규는 3억원보다는 더 받게 될 전망이다.

한국 상업영화에서 이런 방식으로 출연료를 결정한 사례는 드물다. 제작비 10억원이 안 되는, 상업영화라기보다 독립영화에 가까운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에 역시 5억원대인 장동건이 5천만원 받고 출연한 경우가 있었다. 그때도 나머지 4억5천만원을 투자금 형식으로 돌렸지만 이익이 발생하질 않아 장동건에게 더 간 건 없었다.

요즘 제작자들은 톱스타 출연료의 절대 액수보다 그 액수가 경직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영화 제작비 규모에 따라 출연료를 조정할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또 항상 주연만 고집할 게 아니라 출연 빈도에 맞춰 금액을 조절하면서 중요한 조연을 맡아주면 영화가 더 빛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일본의 톱스타인 야쿠쇼 고지는 영화의 규모에 맞춰 출연료를 10분의 1까지 깎으면서 구로사와 기요시, 아오야마 신지같은 작가 감독들의 영화에 출연한다. 그 힘으로 일본의 작가영화들이 버틴다. 또 로버트 드 니로 같은 할리우드 스타도 조연 출연을 한다. 한석규나 장동건 같은 사례가 늘어난다면, 행복해할 이들이 제작자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