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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의 자전적 청춘 일기, <키즈 리턴>

Kids Return 1996년

감독 기타노 다케시

출연 안도 마사노부

EBS 11월6일(토) 밤 12시

<소나티네> 이후 기타노 다케시는 고전 일본영화와 할리우드영화를 패러디한 코미디 <모두 하고 있습니까?>(1995)를 발표한다. 결과는 흥행과 비평 모두 참패에 가까웠다. 이어진 <키즈 리턴>(1996)은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뒤 삶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뜬 기타노 감독의 의지를 내비치는 청춘영화다. 두 젊은이가 권투선수와 야쿠자 집단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이야기인 <키즈 리턴>에 대해 어느 영화평론가는 “젊은이들이 어딘가로 도망쳐봐도 폐쇄된 사회구조로부터 결코 도피할 수 없다는 교훈을 준다”고 논했다.

문제아인 마사루는 신지를 부하처럼 데리고 다니며 학교 수업은 뒤로 한 채 갖은 말썽을 피운다. 선생님을 골탕먹이거나, 길거리에서 돈 뜯거나, 성인영화관을 전전하거나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에게 돈을 빼앗겼던 아이가 데리고 온 권투선수에게 흠씬 두들겨맞은 사건을 계기로 마사루는 권투를 배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함께 권투를 시작했던 신지가 오히려 권투에서 조금씩 소질을 보이기 시작한다. 신지와의 스파링에서 두들겨맞은 마사루는 그 길로 권투를 포기하고 야쿠자의 길에 들어선다. <키즈 리턴>은 아마도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일 것이다. 남들이 수업받는 동안 한가롭게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복싱을 하고, 만담을 하며 성인영화관을 들락거리고 카페 한구석에 앉아 여종업원을 흘깃거리는 인물은 영화 속 캐릭터라기보다 어쩐지 삶의 흔적이 묻어난다. 영화는 청춘영화임에도 로맨스나 청춘의 찬양이라는 장르영화의 규범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엔 별다른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청춘은 성인들의 세계에 편입했다가 실패하고 좌절을 겪는다. 기성 세대로부터 이용만 당하다가 낙담한 두 젊은이가 “우린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 하고 뇌까리는 영화의 장면은 묘한 정서적 울림을 주고 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키즈 리턴>에서 지나친 감상이나 청춘에 대한 일방적 예찬을 삼간다.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가 그랬듯, 유별나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개체로서 완성되는 청춘의 일기를 멀찌감치 그려내 보이는 것이다. 작은 소품이라 할 법한 이 영화를 거친 뒤 기타노 다케시는 다시금 폭력과 죽음의 세계에 발을 딛는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다시 ‘죽음’의 문제에 도전한 역작 <하나비>였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