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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콜라] 멀티플렉스 경제논리속 예술전용관 지원 절실

멀티플렉스의 대명사인 CGV에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인디영화관이 28일 문을 열었다. 서울의 CGV ‘강변11’과 CGV ‘상암10’, 부산의 CGV ‘서면10’에서 한개관씩 3개관에 인디영화 상영관을 마련하고, 1년 내내 상시 운영한다고 한다. 극장에 가도 똑같은 영화들로만 도배되는 데 답답증을 느끼며 ‘볼만한 영화가 없다’고 아쉬워 했던 관객들에게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이제야 제대로 영화선택권을 가지게 됐다고 좋아한다면 당신은 게으른 관객임에 틀림없다. 지난해부터 전국에 10개관이 설립된 예술전용관의 상당수는 일년 중 3분의 2 이상 예술영화를 상영하고 있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많을 때는 몇십명, 적을 때는 3~4명의 관객으로 “귀신이 나올 것처럼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영화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열린 ‘아트플러스(예술전용관 전국 네트워크) 시네마네트워크 사업 보고’ 토론회에서는 예술전용관 운영 실무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직접 배급도 하면서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울의 하이퍼텍나다는 비교적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지방 극장들의 신음소리는 컸다. 무엇보다 필름 수급문제에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광주극장의 김형수 이사는 “한정된 프린트 벌수가 배급되다보니 많은 영화들이 멀티플렉스에서 상영된 뒤 예술전용관으로 오거나 서울에서 개봉이 끝난 뒤에야 지방의 차지가 된다. 그러니 안정된 수급이 이뤄지지 않는데다 특화된 극장이라기보다는 재상영관의 이미지가 더 강해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CGV나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가 독립영화로 상영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예술전용관으로서는 영화 수급과 관객동원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배급자는 “경제논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멀티플렉스보다 예술전용관에 먼저 필름을 제공할 수 있겠는가”(스폰지 대표 조성규)라는 입장이다. 배급자들로서는 피할 수 없는 경제논리와 멀티플렉스의 새로운 시장 개발 전략 사이에서 예술전용관은 갈수록 어정쩡한 위치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이달 중순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빈 집>도 ‘식은 밥’이 된 다음에야 예술전용관에서 상영이 가능했다.

4억7천만원에 이르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전용관 지원금의 상당 부분이 상영적자를 손실하는데 들어가고 있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원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 중 하나는 일반상영관에서 틀기 힘든 ‘진짜’ 독립영화들이 최근 거의 디지털로 제작되는 현실을 감안해 디지털 상영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예술영화 관객의 눈높이를 <슈렉>이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관객 수준에 맞춰 화면에 모자이크를 띄우게 하는 등급심의 문제의 조정도 시급하다. 여기에 하나 더 붙이자면, 영화제에서는 표를 사기 위해 새벽 줄서기도 마다 않는 관객들의 열정이 일회성을 벗어나 예술전용관까지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씨네21 DB (프랑스 파리의 아트시네마 그랑 악시옹 내부사진)